● 뜨거운 물에 담그고 ‘물고문’까지 A 양이 설사 증세로 10월 5일부터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김 씨가 주중에도 보육을 맡은 것이 발단이었다. 김 씨는 검찰에서 “올 10월부터 5명의 아이를 동시에 돌보게 돼 육아 스트레스가 커졌다”며 “A 양이 설사를 해 어린이집에 못 가는 바람에 화가 나서 때렸다”고 자백했다. 김 씨는 같은 달 12일부터 열흘 동안 A 양에게 하루에 한 끼만 주고 수시로 발길질을 했다. A 양 또래에게 권장되는 양의 절반 정도인 우유 200cc만 주는 날도 있었다. 같은 달 21일에는 폭행을 당한 A 양이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지만 내버려뒀다. 32시간이 흐른 뒤에야 A 양을 병원에 데려갔지만, A 양은 이미 뇌의 80%가 손상된 상태였다.
의료진의 신고로 시작된 수사에서 김 씨의 범행이 추가로 드러났다. 김 씨가 2016년 3월 생후 18개월 B 군을 뜨거운 물에 담가 얼굴과 가슴, 목에 2도 화상을 입힌 사실이 드러났다. 김 씨 휴대전화에서는 올 10월 생후 12개월 C 양의 머리를 3차례 욕조물에 담가 ‘물고문’을 한 영상이 복원됐다. 김 씨는 검찰에서 “B 군과 C 양의 부모가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아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비극을 막을 기회는 있었다. A 양 사고가 벌어지기 전 김 씨와 다른 영아들을 학대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총 5차례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됐다.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아동보호기관은 ‘위탁모와 아이 사이에 애착관계가 형성돼 있고 영양 불량 등 학대로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사 의뢰하지 않았다. 경찰에 현장 동행 조사를 요청했지만 ‘출동할 인력이 없다’는 답변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 우울증 이력 있는데도 위탁모 활동 김 씨는 10여 년 전 우울증으로 자해를 시도해 3개월간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아무 제약 없이 2012년부터 매년 5, 6명씩 영유아를 돌보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부모들에게 범죄경력조회서나 보육교사 자격증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민간 위탁모란 인터넷 등으로 부모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아동을 자택에서 맡아 기르는 사람을 가리킨다. 부모가 수감되거나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등 아동을 기를 수 없을 때 일시적으로 아동을 다른 가정에 맡기는 가정위탁아동 제도의 ‘위탁부모’와는 다르다. 위탁부모는 선정부터 활동까지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의 관리를 받고, 지자체를 통해 양육보조금을 받는다. 선정 과정에서 자격 심사를 하고, 1년에 한번씩 위탁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실시한다. 하지만 민간 위탁모는 아동을 돌보는 과정에서 관리나 감독을 전혀 받지 않는다. 때문에 김 씨도 아무 제약 없이 인터넷 위탁모 구직 사이트를 통해 부모와 가격을 합의한 뒤 아이들을 자신의 자택에서 보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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