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1시 20분경 서울 노원구 영축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기 위해 물을 담는 작업을 하던 산림청 헬기가 한강 강동대교 북단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서울 산림청 항공관리소 소속 검사관(정비사) 윤모 씨(43)가 숨졌고, 기장 김모 씨(57)와 부기장 민모 씨(47)는 저체온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사고 당시 기장과 부기장은 헬기가 물에 가라앉기 전 스스로 탈출해 11시 48분경 구조됐다. 하지만 윤 씨는 추락 직후 충격으로 의식을 잃어 헬기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낮 12시 41분경에야 구조됐지만 목숨을 잃었다.
사고 헬기는 러시아제 카모프(KA-32) 기종으로 1997년 도입돼 전국 산불에 대응했으며, 이 기종 헬기는 산림청에 총 30대가 있다. 이 헬기는 한강 수면 바로 위에서 파이프를 통해 3000L의 물을 뜨던 중 돌연 물속으로 가라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는 인양된 헬기와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윤 씨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군 헬기 정비를 담당했으며, 2007년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에 입사해 일한 베테랑 정비사다. 윤 씨 삼남매가 돈을 모아 부모님의 집을 마련했고 윤 씨가 직접 페인트칠을 하는 등 효심이 깊었다고 한다. 인천 계양구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만난 윤 씨의 부인은 “1일은 대기 근무였는데 산불이 발생해서 출동한 것 같다”며 “평소 일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사람”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윤 씨의 누나는 “지난해 산불 진화 중 헬기가 추락한 사고를 보며 ‘좀 더 안전한 직업을 갖는 게 어떻겠느냐’고 자주 권유했는데 매번 ‘생각해 보겠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윤 씨의 영결식은 3일 오전 9시 산림청장장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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