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선영]바이오 창업 활성화로 성장동력 창출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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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로메드 대표 김선영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와 자동차가 경쟁국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바이오헬스 분야가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를 만들려고 하는 항체의약 ‘휴미라’의 예를 보자. 이 약은 2016년까지 13년간 독점적 지위로 판매되었는데 특허 만료 1년 후인 작년에도 20조 원어치를 팔았다. 2017년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이 120조 원, 완성차 수출이 45조 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이 한 개 의약의 규모가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의약시장에는 연매출 1조 원이 넘는 제품이 수십 개가 된다.

신약 개발에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 하나는 현존하는 기술이나 제품을 개량하여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한미약품이나 유한양행의 성과가 이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기초과학을 통해 원천물질과 기술을 개발하여 신약을 만드는 것이다. 거의 모든 블록버스터 제품들은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글로벌 수준에서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개발한 적이 없다.

소수지만 우리 제약기업들은 개량 방법으로 기술이전 실적을 냈다. 반면 첨단 혹은 신개념 의약품은 전통 제약기업들이 도전하기 어렵다. 이는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은 대학교수나 기업에서 나온 연구자들이 창업한 회사에서 개발되었다. 위에 언급한 휴미라는 영국 연구자 3명이 케임브리지에 세운 회사에서, 세계 최초의 유전공학 의약인 인슐린은 교수와 벤처자금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 제넨텍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개념 의약품에 도전한 기업들은 모두 연구자 출신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 주도한다. 최근에 좋은 실적을 낸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라는 제품은 세계 최초의 동종세포유전자치료제인데 미국에서 연구하던 한국 과학자가 창업한 티슈진에서 출발했다. 신개념 유전자치료제로 미국에서 임상3상을 2개 진행하고 있는 바이로메드는 내가 22년 전 학내벤처로 설립한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신약 특히 바이오의약품들의 개발을 연구자가 설립한 벤처기업들이 주도하게 된 것은 정부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과학기술부는 바이오를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간주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R&D 예산이 대폭 증가하고 창업을 활성화시킨 것이 최근 잘나가는 벤처기업들의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기술특례 조항이 생기면서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게 된 것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부가 바이오헬스 분야를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싶다면 방향은 간단하다. 먼저 ‘가치 있는’ 기초과학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연구자를 지원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많은 돈을 지원해서 논문이 쏟아져 나오더라도 실용화 가능성을 테스트하려면 민간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창업이 필수적이다. 대학과 출연연구기관에서 교수와 연구원들의 창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최근 벤처 자금은 많이 풀려 있으니 제한 요인이 아니다.

창업하여 다음 단계로 진도가 나아갔더라도, 시장에 나가려면 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여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상장진입 기준은 많이 개선됐지만, 상장유지 조건은 신약개발에 전념하고 싶은 기업에는 소모적 요소가 많다. 제조업에 맞춰 만든 기준을 시장 진입에 20년씩 걸리는 바이오기업에 적용하기 때문에 회사는 상장유지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非)주력사업을 병행하면서 역량을 분산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바이오헬스 분야는 1500조 원이 넘는 거대시장으로서 고부가, 독점적 지식기반 산업이다.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고급인력, 신명나면 밀어붙이는 문화, 주력산업 대비 매우 적은 투자비용 등 바이오는 우리나라에 딱 맞는 성격을 가졌다. 성공의 핵심은 쓸 만한 발견과 발명을 유도하는 기초과학 정책, 연구자 창업의 활성화, 상장 진입과 유지 조건의 선진화, 금융감독기관의 선제적 계도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합심한다면 바이오를 대한민국의 다음 먹거리 산업으로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선영 ㈜바이로메드 대표
#공감#공기업 감동 경영#바이오포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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