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트럼프의 馬耳東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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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지구온난화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저는 지금 얼어 죽을 것 같습니다. 춥네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로 뉴욕 유세 중 도널드 트럼프가 한 말이다. “옛날에도 허리케인 피해는 있었습니다.” 2018년 10월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마이클의 피해 앞에서 현직 대통령인 그가 한 말이다. 그는 누가 뭐라 말하든 아무 관심이 없다. 기후변화에 관한 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그야말로 마이동풍이다.

대통령이 되자 트럼프는 전 세계인의 합의였던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해 버렸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나라의 책임은 아랑곳없었다. 미국은 돈이 있고 힘이 있고 사회 인프라도 있으니 문제없다는 거다. 기후변화로 약소국들은 극심한 기상재난을 당한다. 피해를 예방할 돈도, 적응할 돈도 없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오간 데 없다.

트럼프는 당장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필요 없다는 사고와 행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크다. 2016년 8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기후변화는 인류 모두가 직면한 위협이다. 전 세계의 지도자들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 같은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말한다. 2017년 미스아메리카로 선발된 카라 먼드는 “미국을 파리기후협약으로부터 탈퇴시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이다”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 결정은 잘못된 것이다. 훗날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의 그릇된 편에 서 있었다고 심판받지 않을지 걱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된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2018년 초부터 미국은 엄청난 혹한과 폭설로 연방정부가 세 번이나 셧다운을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피해가 심각했다. 초유의 대형 산불로 엄청난 산림이 사라졌다. 1600mm 이상의 폭우를 쏟아부은 허리케인 플로렌스와 마이클은 결정타였다. 끊임없는 자연재난에 트럼프는 연이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럼에도 지구온난화 때문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인류가 일찍 경험해보지 못했던 블랙스완(black swan)적 재앙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기후변화로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2017년 10월 23일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밝힌 자료 내용이다. 2050년이면 지금보다 10배 이상 자연재해 지원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거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보 같은 사고가 미국만 아니라 전 지구를 재난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최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면서 다음의 말을 던진다. “우리는 재활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내년이나 다음 달이 아니라, 오늘 말이다.” “여보세요, 저는 호모사피엔스인데요. 화석연료 중독입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도널드 트럼프#지구온난화#파리기후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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