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놀이 보고 호기심에 풍등 불붙여… 나 때문에 저유소 폭발했으리라 생각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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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인, 석방후 저녁때 “죄송”
한국국적 취득 위해 한국어 공부… 동료들 “평소 성실하고 솔선수범”
국감선 “외국인에 뒤집어씌우기냐”, 경찰청장 “신병처리 아쉬운 면 있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고양저유소) 화재 당시 풍등을 날린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10일 풀려난 스리랑카인 A 씨(27)가 “풍등을 날린 내 행동이 (화재의) 직접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석방 직후인 이날 밤 동료들과 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A 씨는 풍등을 날린 이유에 대해 “평소 한국 사람들이 그런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불을 붙였다”며 “바람이 불어서 풍등이 날아가기에 급하게 쫓아갔지만 놓쳤다”고 말했다. A 씨는 “본의가 아닌 실수였고, 사회적으로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 몰랐다”며 “폭발이 일어난 사실은 알았지만 나 때문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A 씨가 일했던 경기 고양시 강매터널 공사장 관리자와 동료들은 그가 외국인 노동자 중에서도 유독 성실했다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관리자 B 씨는 “밝고 열심히 해서 주변 사람들이 좋아했다”며 “리더십도 있어서 함께 일하는 스리랑카 근무자들은 대부분 그 친구가 데려왔다”고 말했다. 동료 C 씨는 “다른 외국인 친구들은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는데 이 친구는 솔선수범했다”고 평가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2차 현장감식을 실시했다. 한편 11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이 A 씨에게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에서 두 차례 반려된 것에 대해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일개 풍등으로 국가기반시설 폭발사고가 나 국민이 불안해하는데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는 게 맞느냐”며 “방어 장치가 있는데 작동하지 않았고,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 경찰이 조사한 흔적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 망신수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긴급체포 시한 안에 (A 씨의) 신병 처리를 해야 해 여러 관련사항을 다 밝히지 못하고 처리한 면이 있었다. 아쉽다”고 말했다.

고양=윤다빈 empty@donga.com / 조동주 기자
#저유소 폭발#스리랑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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