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대상 늘리려 계산방식까지 바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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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소득 산출방식 변경 논란
복지 사업 대상자 정하는 기준, 내년 2.09% 올려 4인 461만원
추가 소요 재정 1800억 예상

올해 정부가 복지사업 대상자를 정하는 데 쓰이는 ‘기준 중위소득’의 계산 방식을 지난해와 다르게 바꾼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계산 방식이 바뀌면서 기준 중위소득은 더 올라갔다. 이를 두고 정부가 복지사업 수혜자와 지원액을 확대하려고 무리하게 계산 방식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계산 방식 변경으로 내년에 추가되는 재정 소요는 약 1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3일 열린 제56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위)는 2019년 기준 중위소득을 올해보다 2.09% 오른 461만3536원(4인 가구 기준)으로 결정했다. 이는 2017년 1.73%, 2018년 1.16%와 비교했을 때 최근 3년 새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뿐 아니라 11개 부처 71개 복지사업의 수급자 선정 기준을 정할 때 활용된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게 지급되는 현금인 생계급여의 경우 월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한다. 의료급여는 40% 이하, 교육급여는 50% 이하 식이다.

이날 중생위는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하면서 올해 중위소득에 과거 3개년 중위소득 평균 증가율 2.09%를 곱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017년 기준 중위소득에 3개년 평균이 아닌 직전연도 중위소득 증가율을 곱하는 방법을 썼다. 이 방법대로 하면 내년도 증가율은 1.92%로 나온다.

결국 지난해 계산 방식 대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서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은 1.92%에서 2.09%로 0.17%포인트 올라갔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도 460만5970원에서 461만3536원으로 7500원가량 높아졌다. 기준 중위소득이 높아지면서 내년에 추가로 필요한 복지예산은 올해보다 약 18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중생위의 의결을 거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을 결정하는 것은 중생위의 권한이며, 여러 가지 지표들과 변동성 등을 고려해 계산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혜 대상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을 높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복지부는 2016년까지 통계청의 전전연도 중위소득에 과거 3개년 중위소득 평균 증가율을 두 번 곱하는 방식으로 이듬해 기준 중위소득을 정했다. 그런데 지난해 이 기준을 ‘통계청의 전전연도 중위소득’에서 ‘당해연도 기준 중위소득’으로 바꿨고, 올해 또다시 그 계산 방식을 바꿨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기준 중위소득 ::

전 국민을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중위소득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 중위소득에 여러 경제지표를 반영해 기준 중위소득을 산출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71개에 이르는 복지사업 대상자가 이를 기준으로 선정된다.
#복지대상#계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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