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사람 목소리 내고 그림자까지 만들어… 빈집털이 막는 AI스피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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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같은 가짜’ 디자인 사례
창문 커튼 움직이는 인공바람… 안개 잦은곳선 유사햇빛 연출
때론 정밀하게 설계된 가짜가 사람들에게 안전-편안함 선사

CES 2018에서 스타트업 미티피가 선보인 보안 스피커 ‘케빈’.
CES 2018에서 스타트업 미티피가 선보인 보안 스피커 ‘케빈’.
진짜보다 가짜, 진실보다 거짓, 자연보다 인공을 더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때론 선의의 거짓말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진짜가 아닌 가짜도 잘 활용하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개인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 삶에 도움을 주는 ‘진짜 같은 가짜’ 디자인의 사례를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51호에서 소개했다.

스위스의 스타트업인 미티피(Mitipi)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새로운 개념의 보안 스피터 케빈(Kevin)을 전시했다. 케빈은 집에 사람이 없을 때도 마치 실제로 사람이 있는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해준다. 스마트홈 제품들과 연동돼 자동으로 사람의 말소리를 재생하고 조명을 켜주는 식이다. 심지어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지역이나 시간대에 따라 다른 시나리오를 적용하기도 한다. 아침에는 샤워 소리, 저녁에는 TV 소리와 함께 음식을 만드는 소리를 낸다. 뒷면에는 발광다이오드(LED)조명이 탑재돼 있어 진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그림자를 만들기도 한다. 도둑의 침입을 감지해 알려주는 정직한 서비스도 좋지만, 사후약방문 격의 조치보다 사람이 부재한 상황을 위장해 애초에 도둑의 타깃이 되는 것을 막는 케빈이 훨씬 똑똑해 보인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진짜 같은 가짜’도 있다. 일본의 YOY 디자인 스튜디오는 바람을 인공으로 일으키는 창문 ‘윈드(Wind)’를 만들었다. 8개의 작은 팬이 창문 프레임 양 옆의 좁은 틈새를 통해 공기를 밀어 올려 마치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연출한다.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과 가볍게 흔들리는 커튼의 하늘거리는 모양이 창문조차 없는 답답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영국 왕립예술학교의 레슬리 노테붐과 르네 캠프는 2017년 6월 졸업 작품으로 햇빛을 연출하는 프로젝터 코모레비(Komorebi)를 고안했다. 높은 건물이 많아 일상적으로 일조권이 침해받는 대도시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따스한 햇빛을 누리기를 원한다. 코모레비는 다양한 모양의 햇빛을 프로그래밍해 사람들과 공유하고, 마음에 드는 햇빛을 내려 받아 투사함으로써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같은 자연스러움을 구현한다. 진짜 햇빛은 아니지만 실제와 매우 유사하게 시뮬레이션한 햇빛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마음의 여유를 찾아준다.

사람들은 정밀하게 설계된 거짓을 쉽게 구별하지 못하고 진짜라고 착각한다. 실제와 다르게 인식하는 착각은 잘못된 것이지만 이런 착시가 때론 사람들에게 안전함과 편안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불안정한 감각을 역으로 이용해 사람의 근원적인 심리를 건드리는 유용한 디자인이다.

유인오 메타트렌드 연구소 대표 willbe@themetatrend.com

민희 메타트렌드연구소 수석연구원 hee@themetatrend.com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진짜같은 가짜#디자인 사례#ai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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