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야, 인공새집이 마음에 드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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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시민 모니터링단 현장 탐사

14일 서울 남산 인공 새집에서 밖을 내다보며 생애 첫 비행을 준비하는 박새. 아래 사진은 부화한 지 약 2주째인 또 다른 둥지의 곤줄박이 새끼들. 이들 역시 곧 둥지를 떠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4일 서울 남산 인공 새집에서 밖을 내다보며 생애 첫 비행을 준비하는 박새. 아래 사진은 부화한 지 약 2주째인 또 다른 둥지의 곤줄박이 새끼들. 이들 역시 곧 둥지를 떠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산1, 박새 포란 중…. 부화 1일 차로 보입니다.”

사다리를 딛고 나무 위로 상반신을 올린 남성이 작은 우체통처럼 생긴 새집을 들여다보고 말했다. 나무 아래 20여 명은 “아휴, 분양률 좋네!” 하며 휴대전화나 종이에 받아 적었다. 이들은 ‘남산의 새 시민 모니터링단’ 소속 시민들이다.

14일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가 서울 남산 시민 모니터링 단원들에게 인공 새집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4일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가 서울 남산 시민 모니터링 단원들에게 인공 새집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4일 오전 서울 남산 한남자락의 남산공원 한남이용지원센터에 모인 이들은 산속 인공 새집을 점검하고 있었다. 새들에게 ‘분양’이 잘됐는지 확인하며 서식하는 새 종류와 생태도 탐사한다. 지난해와 2016년 3, 4월 시민 모니터링단은 남산에 인공 새집 76개를 놓았다. 전면에 각각 지름 3cm, 6cm, 9cm의 구멍을 뚫고, 나뭇결이 산 조각으로 지붕을 얹은 새집을 나무 중간쯤 가지에 설치했다. 제일 작은 구멍은 박새, 중간 것은 소쩍새에게 맞췄다. 이날 1차로 확인한 인공 새집 35개 가운데 27개에 새들이 살았다.

인공 새집은 상태에 따라 3단계로 나눈다.

먼저 새들이 둥지를 틀지 않는 ‘미분양’이다. 종종 잠자리로 이용하는데 그럴 경우 새똥 흔적만 있다.

다음은 인공 새집 안에 둥지를 만드는 ‘집짓기’다. 새집 안에 새들이 물어온 것으로 보이는 나뭇가지나 털실, 개털, 이끼 등이 있다.

“이끼가 하나도 없어요. 참새는 아니고, 박새일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

보통 3cm 구멍 새집에 둥지를 트는 새는 6종으로 좁혀진다. 박새류의 둥지는 이끼가 전체의 70%, 흰눈썹황금새 둥지는 이끼는 5% 미만이고 나뭇가지나 마른 낙엽이 많다. 어느 새인지 확실하지 않으면 크기와 재료만 기록하고 다음 탐사에서 재확인한다. 이날 발견한 집짓기 둥지가 흰눈썹황금새 것인지, 박새 것인지 토론했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마지막은 알이나 새끼가 보이는 ‘번식 중’이다. 이날 약 20개 둥지에서 박새 직박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이 알을 품고 있거나 새끼를 키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둥지 하나에서 알 5∼10개, 새끼 5∼10마리를 볼 수 있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새끼가 자라 둥지를 떠나는 이소(離巢)를 목격한 것이었다. 새집 구멍에서 박새 새끼가 고개를 내밀고 한참을 망설였다. 어미 새는 밖에서 높고 얇게 ‘째제제…’ 울었다. 순간 새끼는 구멍에서 날아올라 가까운 가지에 걸터앉았다. 아기 새의 첫 비행에 모니터링단은 탄성을 질렀다. 새끼는 부화한 지 2주 정도면 거의 다 자란 것으로 본다.

이소를 마친 인공 새집은 청소해줘야 한다. 2차 번식하는 새들을 위해 둥지를 비우는 작업이다. 이날은 한참 번식 기간에 속해 이소가 끝난 둥지는 1개뿐이었다. 모니터링단은 다음 달까지는 번식 상태를 주로 관찰하고 2차 번식이 시작되는 7월 직전 새집을 청소한다.

올 1월 말 꾸려진 모니터링단은 이론 교육을 네 번 받았고, 이날은 다섯 번째 현장탐사였다. 탐사는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가 이끌었다. 이날 이들이 기록한 각종 내용은 서울시 남산 야생조류 생태 관련 책자에 포함된다.

서울시 푸른도시국과 중부공원녹지사업소는 2016년부터 ‘그린새’와 함께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첫해 멸종위기 2급 새매와 천연기념물 솔부엉이를 비롯한 야생조류 20종의 번식을 확인했다. 지난해에는 소쩍새와 꾀꼬리 호랑지빠귀 등 6종을 추가로 확인했다.

서 대표는 “(포식자인) 새매 한 쌍이 새끼를 제대로 키우려면 박새 2000마리가, 박새가 번식하기 위해선 애벌레 1만 마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남산#시민 모니터링#현장 탐사#박새#인공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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