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네, 만월대 고려 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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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발굴 재개-南 전시 논의

2014년 개성 만월대 현장에서 작업 중인 남북 연구진.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는 고려 황궁의 궁궐터를 규명한 학술적 성과를 냈을뿐 아니라 남북 연구진이 발굴 현장에서 문화유산 복원·보존 기술을 교류한 의미 있는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제공
2014년 개성 만월대 현장에서 작업 중인 남북 연구진.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는 고려 황궁의 궁궐터를 규명한 학술적 성과를 냈을뿐 아니라 남북 연구진이 발굴 현장에서 문화유산 복원·보존 기술을 교류한 의미 있는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제공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2016년부터 중단된 개성 만월대의 남북 공동발굴조사와 북한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 유물을 국내에 전시하는 데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올해가 고려 건국 1100주년인 만큼 남북 공동으로 고려 유물 전시회를 여는 방안을 올림픽 이후에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문화재계는 남북 간에 문화유산·학술 교류 협력이 다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우리 정부는 9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개성 만월대에서 남북이 함께 발굴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등 고려 유물을 올림픽 기간 동안 강원 평창군에서 전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북측은 시일이 촉박하고, 유물의 국외 반출 절차가 복잡해 당장 올림픽 기간에는 보낼 수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만월대 발굴조사에는 여러 의미와 사연이 담겨 있다.

○ 세계 최초 금속활자 발견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 현장에서 출토된 고려 유물. 왼쪽 사진부터 세계 최고(最古)로 평가받는 고려의 금속활자와 황궁의 장식 기와인 ‘용두형 잡상’, 고려시대 꽃피웠던 청동 자기.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제공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 현장에서 출토된 고려 유물. 왼쪽 사진부터 세계 최고(最古)로 평가받는 고려의 금속활자와 황궁의 장식 기와인 ‘용두형 잡상’, 고려시대 꽃피웠던 청동 자기.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제공
만월대는 440년간 고려의 황궁이 있던 개성의 옛 궁궐터다. 고려 말 홍건적의 난 때 불에 타 없어진 후 600년 넘게 폐허로 방치됐다. 만월대란 이름은 조선 건국 이후 폐허가 된 고려 궁궐터의 산세와 땅 모양이 보름달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2007년부터 8년간 진행된 남북 공동발굴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유물은 2015년 11월 발견된 고려의 금속활자다. 가로 1.36cm, 세로 1.3cm, 높이 0.6cm의 이 활자는 고려 황실의 문서 생산을 담당한 장서각에서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월대가 1392년까지 황궁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1455년 제작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최소 60년 이상 앞선 것으로 학계에선 추정했다.

수천 점의 토기와 기왓장을 비롯해 학계에서 보고된 바 없는 원통형 청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고려 황실의 제2정전으로 사용된 건덕전과 사당 역할을 한 경령전의 위치도 확인됐다. 공동발굴조사를 진행한 남북역사학자협의회의 안병우 이사장(한신대 교수)은 “지하에 묻힌 기단과 유물의 상태가 양호해 당시 발굴단에서 ‘기적에 가깝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 남북의 ‘인디아나 존스들’

남북 연구진이 공동 작업을 하며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2007년 첫 발굴조사를 진행할 당시 ‘개토제’를 둘러싸고 실랑이가 벌어진 것. 한국의 문화재계에서는 발굴조사 전 안전을 기원하며 토지신에게 올리는 제사인 개토제(開土祭)를 지내는 것이 오래된 관행이다. 그러나 북한 발굴단에서 “사회주의는 과학인데 그 같은 미신 행위에 동조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결국 남한 발굴단이 제사를 지내고 북한 측은 멀리서 지켜보는 것으로 합의했다. 당시 제사 준비가 돼 있지 않아 급하게 돼지머리 그림을 그려 개토제를 지낸 후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했다.

정태헌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부위원장(고려대 교수)은 “남한에서 3D 스캐너 등 최신 문화재 복원 기술을 전수하고 북한의 발굴 노하우도 공유했다”며 “남북 교류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인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가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올림픽 기간인 다음 달 9일부터 18일까지 개성 만월대의 발굴 성과를 조명하는 ‘고려 황궁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평창 특별전’이 평창군 상지대관령고등학교에서 열린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주관하는 이 전시회는 한국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려 관련 유물을 선보이고 3D 프린팅과 홀로그램,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정보단말기) 기술도 활용할 예정이다. 전시는 무료. 02-725-7705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개성 만월대#남북 공동발굴조사#세계 최초 금속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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