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기부제’ 기대 부푼 지자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日서 운영되는 고향세 사이트 일본의 인터넷 ‘고향세 포털 사이트’ 홈페이지 화면. 농수산물 쇼핑몰에 들어온 듯 과일, 고기, 쌀부터 고가의 진주목걸이, 지역 관광티켓까지 다양한 답례품을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 캡처
日서 운영되는 고향세 사이트 일본의 인터넷 ‘고향세 포털 사이트’ 홈페이지 화면. 농수산물 쇼핑몰에 들어온 듯 과일, 고기, 쌀부터 고가의 진주목걸이, 지역 관광티켓까지 다양한 답례품을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 캡처
‘고향세 납세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먹음직스럽게 생긴 전국의 과일부터 육류, 해산물에 참기름 세트와 수제떡 세트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향세를 기부하려는 사람들이 기부금액을 선택하면 답례품이라는 이름으로 뜨는 것들이다. ‘이번 주 특선 상품 랭킹 10위’를 클릭하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방자치단체 상품은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주머니 사정에 맞게, 관심 가는 답례품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사이트 한쪽에는 예상 금액대와 답례품 종류를 비교해 기부자가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바로 카드로 기부금을 결제하고 정기배송을 받을 수도 있다. 기부한 만큼 연말에는 세액공제도 받는다.

일본의 고향세 납세 사이트(furusato-tax.jp) 얘기다. 전국 지자체 1788개에서 내놓은 답례품 15만 개를 기부자와 이어준다. 일본은 2008년 4월 고향납세제를 신설했다. 타지에 사는 사람이 고향이나 다른 지역에 기부금을 내면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다.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는 돈을 받고 기부자는 고향을 살린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답례품은 덤이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고향사랑 기부제도’는 일본의 고향세와 비슷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를 위해 고향에 기부금을 내면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와 자치분권 로드맵에 들어 있어 내년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관련된 기부금품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의 개정안 10건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고향사랑 기부제가 도입된다면 기부액 가운데 10만 원까지는 전액, 10만 원이 넘으면 2000만 원까지는 소득세와 지방소득세 16.5%(2000만 원 초과분 33%)를 공제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년에 100만 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은 24만8500원 정도다. 1년에 기부를 2000만 원 한다면 338만3500원을 공제받는 셈이다.

지자체는 재정수익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은 2008년 시행 첫해 5만3671건이던 기부건수가 2016년 1271만780건으로 폭증했다. 답례품으로 지역 특산물을 골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큰 즐거움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난이 일어난 지자체’ 항목을 따로 둬서 지진이나 홍수, 가뭄을 겪은 지자체 사진과 소식을 게재한다. 꼭 내 고향이 아니더라도 고통받는 지방에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는 홍보창구도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2016년 4월에는 지역사업에 민간기업이 기부하면 기부금 일정액을 세액공제 해주는 ‘기업판’ 고향세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 제도가 활성화되려면 법률을 세밀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고향세는 기업이나 지역의 한계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행안부가 내놓은 안은 현재 거주하는 지역에는 기부할 수 없도록 했다. 불법 정치자금이나 사전 선거운동에 악용될 것을 우려해서다. 답례품이 고가로 치닫는 부작용을 우려해 금액은 대통령령으로 상한선을 정하기로 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고향사랑 기부제#지자체#기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