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시대… 의학 정치 음악 무술 ‘여러 우물’ 파고 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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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입양아 출신 손포르제 佛하원의원의 ‘4가지 인생’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난 조아킴 손포르제 프랑스 하원의원. 그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석학,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남북한, 시리아, 나이지리아, 발칸반도 문제를 두루 살피며 혁신을 통해 세계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법을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난 조아킴 손포르제 프랑스 하원의원. 그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석학,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남북한, 시리아, 나이지리아, 발칸반도 문제를 두루 살피며 혁신을 통해 세계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법을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신경방사선과 의사, 하원의원, 하프시코드 연주가, 쿵후 수련자….

30대 중반에 네 명 분의 인생을 사는 남성이 있다. 조아킴 손포르제 프랑스 하원의원(35). 그는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길가에 버려져 프랑스 가정으로 입양됐다. 의사로 활동하다 지난해 프랑스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클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5일 2018 한국이미지상 징검다리상을 수상한 손포르제 의원을 시상식 직전 단독으로 만났다. 한국이미지상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대표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교수)이 해마다 한국의 이미지를 알린 이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디딤돌상’을, 러시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인 안겔리나 다닐로바가 ‘꽃돌상’을 받았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한국은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2년 전부터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죠. 선망하는 관광지이자 교류의 파트너로 도쿄, 베이징만큼이나 서울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국기원을 방문해 태권도 사범과 대련을 한 조아킴 손포르제 의원. 사진 출처 조아킴 손포르제 페이스북
지난해 서울 강남구 국기원을 방문해 태권도 사범과 대련을 한 조아킴 손포르제 의원. 사진 출처 조아킴 손포르제 페이스북
손포르제 의원의 페이스북 계정 이름은 ‘손재덕’.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도 ‘손재덕’이란 한국어 인장이 찍혀 있다. 본명은 김재덕이지만 한국인 부인의 성을 따 한국명을 고쳤다. 그는 프랑스 하원에서 회원 50명 규모의 한불의원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에게 ‘촛불집회’는 고국에 대한 이미지를 또 한 번 바꾸는 계기가 됐다.

“솔직히 한국은 유교 문화 때문에 젊은이들이 자기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은 사회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신념과 희망을 동반한 (촛불집회의) 움직임은 새로운 바람이자 희망의 불씨죠.”

손포르제 의원은 2008년부터 해마다 한두 차례 방한한다. 대학을 돌며 젊은이들에게 프랑스의 변화를 전파하고 그들의 의견을 듣는다. 음악과 무술, 의학과 정치에 두루 빠져본 그에게 ‘한 우물 파기’에 익숙한 한국 젊은이들의 문화는 아쉽기도 하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할 미래에는 융합적 사고가 가장 중요합니다.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실패했을 때 좌절의 골도 깊지요.”

어려서부터 가라테, 쿵후를 수련한 데 이어 지난해 국기원을 방문해 태권도에도 입문했다. 곧잘 노래방에 가 한국어 발라드를 부르고 ‘신세계’ 같은 한국 영화도 즐긴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배우 전지현도 언젠가는 꼭 만나고 싶다”며 웃었다.

“음악, 무술, 의학은 제게 상호적으로 영감을 줍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문제와 외교 충돌 문제를 연구하는 저의 싱크탱크 ‘글로벌 베리에이션스’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따왔죠. 특히 음악은 그 자체로 인간 사회와 행동을 모사하는 은유입니다. 주제와 변주로 이어지는 음악은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거든요.”

손포르제 의원은 이르면 올해 안에 프랑스 하원에서 한국 문화 전시 및 포럼을 열 계획이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얼마 전 중국에서 프랑스와 중국의 관계 중요성을 역설했다”며 “조만간 대통령에게 창의적인 발명의 나라인 한국의 중요성을 전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끈기가 프랑스인에게, 프랑스인의 삶을 즐기는 태도가 한국인에게 영감을 주리라 믿습니다. 스마트 시대에 이웃이 된 두 나라가 더 끈끈한 우정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제가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한국계 입양아 출신 손포르제#융합의 시대#조아킴 손포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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