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한파에 홀몸노인 지키는 생활관리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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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방문-전화로 안부 묻기 등… 기상특보 발효되면 분주하게 활동
강풍으로 뱃길 끊어진 섬마을 환자… 해경이 긴급이송 생명줄 역할 톡톡

전북 부안해양경찰서는 12일 오후 3시경 부안군 위도면에 사는 신모 씨(87·여)가 급성기관지염과 심한 복통증세를 보이자 폭설을 뚫고 경비정을 투입해 육지병원으로 이송했다고 14일 밝혔다. 부안해경 제공
전북 부안해양경찰서는 12일 오후 3시경 부안군 위도면에 사는 신모 씨(87·여)가 급성기관지염과 심한 복통증세를 보이자 폭설을 뚫고 경비정을 투입해 육지병원으로 이송했다고 14일 밝혔다. 부안해경 제공
폭설과 한파로 전·남북 일부 농어촌마을이 고립돼 홀몸노인이나 응급환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생활관리사와 해경의 적극적인 지원 활동이 취약계층을 돕는 데 큰 힘이 됐다.

14일 전남 진도군에 따르면 10일 생활관리사 최모 씨(49·여)는 폭설과 한파가 이어지자 홀몸노인 20여 명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그중에서 배모 씨(79·여)는 통화가 됐지만 목소리에 힘이 너무 없어 보였다.

걱정이 된 최 씨는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고, 배 씨는 “혈압과 당뇨약이 떨어졌는데 폭설에 병원에 가지 못해 약을 먹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 씨는 즉시 동료 생활관리사와 함께 폭설을 뚫고 배 씨의 집으로 가 몸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이후 배 씨가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혈압과 당뇨약을 건네받아 전달했다.

전남 곡성의 생활관리사 조모 씨(53·여)는 9일 폭설과 한파가 시작되자 홀몸노인 20여 명에게 안부전화를 돌렸다. 그중 조모 씨(72·여)는 “깻잎 시설하우스에서 혼자 일하고 있는데 어지럽다”고 호소했다.

생활관리사 조 씨는 즉시 폭설을 헤치고 하우스로 달려갔다. 그가 도착한 순간 하우스에 있던 조 씨는 평소 앓고 있던 고혈압 때문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조 씨는 병원으로 즉각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다.

전남지역에 거주하는 홀몸노인은 12만7982명이다. 이들 상당수는 9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 폭설과 한파에 집 밖을 나서지 못했다. 폭설과 한파에 생활관리사 1049명은 상황이 열악한 홀몸노인 2만6175명의 건강을 챙겼다.

생활관리사 1명이 평균 25명의 홀몸노인을 챙기고 있다. 1주일에 1회 방문, 2회 전화로 안부 묻기 활동을 하고 있는 것. 생활관리사들은 명절이나 한파·폭염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홀몸노인들에게 매일 안부전화를 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생활관리사들은 하루에 5시간 근무를 하며 홀몸노인들을 챙기고 있지만 급여를 넉넉히 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뱃길이 끊어진 섬마을 응급환자들에게 생명줄 역할을 했다.

전남 여수해양경찰서는 12일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 살고 있는 오모 씨(79·여)가 집에서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경비함정으로 이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여수해경은 같은 날 85t급 어선에서 선원 김모 씨(68)가 철문에 손가락이 끼어 부상을 입자 이송했다.

전북 부안해양경찰서는 12일 부안군 위도 주민 신모 씨(87·여)가 급성기관지염과 심한 복통증세를 보여 경비정으로 이송했다. 앞서 전남 목포해양경찰서는 11일 진도군 관매도 주민 박모 씨(75·여)가 넘어져 뇌진탕 증세를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경비함 310호를 투입해 이송하는 등 섬 지역 응급환자 4명을 구조했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응급환자 이송 당시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2∼3m 높이의 파도가 일고 초속 15m의 강풍이 불었지만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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