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화합의 ‘도쿄 아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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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배재철씨, 日후원자 추모공연
日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와 우정… 함께 열도 누비며 평화토크 콘서트
7월 106세 나이로 히노하라 타계… 초상화 무대에 놓고 아리랑 열창

10일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 오페라팰리스에서 열린 히노하라 시게아키 세이루카 국제병원 명예원장의 추모 공연에서 테너 배재철 씨(왼쪽)가 추모곡을 열창하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10일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 오페라팰리스에서 열린 히노하라 시게아키 세이루카 국제병원 명예원장의 추모 공연에서 테너 배재철 씨(왼쪽)가 추모곡을 열창하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10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신국립극장 오페라팰리스. 공연장을 가득 채운 1500명의 관객 앞에서 테너 배재철 씨(48)가 아리랑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숨죽인 채 듣던 객석에선 노래가 끝나자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장에선 올 7월 106세로 세상을 떠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세이루카 국제병원 명예원장의 추모 행사가 열렸다. 히노하라 원장은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이며 생전에 ‘평생 현역’, ‘평화 전도사’로 불렸다. 2013년 배 씨의 노래를 처음 듣고 “내 생에서 음악을 통해 신을 느낀 것은 처음”이라며 감동해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배 씨는 1993년 동아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유럽에서 활동하던 세계적인 성악가다. 2005년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목소리를 잃었지만 일본인 프로듀서 와지마 도타로(輪島東太郞) 씨의 도움으로 목소리를 찾아 재기했다. 그와 와지마 씨의 사연은 2014년 유지태 주연의 영화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로 제작됐다.

배 씨와 히노하라 원장은 60년 가까운 나이 차에도 두터운 우정을 쌓으며 한일 화해·협력의 상징이 됐다. 히노하라 원장은 “둘이 하나의 몸이 돼 평화의 길을 걷겠다”며 고령에도 배 씨와 일본 전역을 누비며 10회 이상 평화 토크 콘서트를 했다.

그는 병상에 누워 구술로 남긴 책 ‘살아가는 당신에게’에서 “매번 눈물과 기립박수로 마무리되는 토크 콘서트 현장을 보면서 세계 평화가 언젠가 실현될 거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책은 일본에서 9월 출간된 후 25만 부가량 팔렸다.

배 씨는 히노하라 원장의 초상화가 놓인 무대에서 아리랑을 포함해 4곡을 부르고 앙코르로 ‘어메이징 그레이스’, 히노하라 원장이 직접 만든 ‘사랑의 노래’ 등을 열창했다. 히노하라 원장은 생전에 특히 배 씨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좋아했다. 그는 공연 후 대기실에서 기자와 만나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새 음반을 들고 찾아갔을 때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해 마음으로 불렀다”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리랑#테너 배재철#나이로 히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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