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암 치료부터 인간 배아까지… 전세계가 주목하는 ‘유전자 가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질병예방 넘어 치료-동물복원 접목
美-英-中등 전세계 연구 활발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다. 2012년 제니퍼 다우드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현재 유전자 가위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크리스퍼 단백질의 원리를 밝혀내 노벨생리의학상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질병 치료 및 농축산 개발에도 응용


조승우 박사
조승우 박사
책 속의 문장을 지웠다 붙이듯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잘라내고 갈아 끼울 수 있는 유전자 가위는 현재 질병 예방뿐 아니라 치료, 동물 복원, 농축산물 개발 분야에 폭넓게 접목되고 있다.

유전자 가위 연구원인 미국 스탠퍼드대 조승우 박사(사진)는 “2012년 당시 한 개의 크리스퍼 단백질이 유전자 가위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유전자 가위의 활성이나 표적특이성 등이 개선된 10여 개의 유전자 가위가 개발되어 있다”며 “특히 SaCas9, CjCas9, Cpf1 등의 유전자 가위는 각종 암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질환을 비롯해 혈우병과 같은 난치병, 노인성 실명이나 알츠하이머 등의 퇴행성 질환 치료를 위한 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난치병 분야와 인간 배아 연구

한국의 김진수 박사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진은 8월 미국 연구진과 함께 배아에서 질병 유전자를 제거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9월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와 배아의 발달 유전자를 규명하기도 했다. 또 중국은 이미 백혈병과 방광암, 에이즈 같은 난치병 치료에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는 등 인간 배아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영국도 다양한 임상연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서둘러 관련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련한 원천기술을 한국 연구진들이 보유하고 있지만 생명윤리법에 따른 규제로 환자와 질병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인간 배아 연구에 적용하는 데 있어 윤리 논쟁은 불가피하다. 인간 수정체 내에 유전적인 질환을 미리 제거하는 것은 획기적인 치료법이지만 우월한 유전자만을 골라 이른바 ‘슈퍼 아기’를 조장할 수 있어서다. 유전자를 조금만 고쳐도 지능이나 시력, 절대음감, 달리기 능력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우드나 교수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콘퍼런스(WCSJ) 2017’에 참석해 “유전자 가위의 파급력이 큰 만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전자를 정밀 교정해 다시 집어넣기도


미국에서는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서 모세포를 추출해 유전자를 교정한 다음 다시 환자에게 넣는 임상시험이 한창이다. 아직까지 인체 내 모든 세포에 유전자 가위를 전달해 유전자를 정밀하게 교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몇몇 질병은 정상적으로 역할을 하는 세포가 일부만 있어도 증상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

이런 시도는 에이즈 환자나 혈액 및 면역, 근육 등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유전적인 질환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조 박사는 “유전자 교정은 면역치료 등의 방법과 결합해 복합적인 치료법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질병과의 싸움에서 큰 발전을 이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샌프란시스코=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세계과학기자콘퍼런스#sacas9#cjcas9#cpf1#노벨생리의학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