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설 이전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 시행령의 ‘3·5·10 규정’(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하)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완화된 규정을 어디까지 적용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완화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점도 규정 완화의 변수다.
20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청탁금지법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유관 부처와 권익위는 농축수산물, 화훼 품목 등에 한해 선물 상한액을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농축수산물의 범위를 1차 가공품으로 할지, 2차 가공품으로 확대할지를 두고 여전히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가공품까지 완화 대상에 포함하면 일부 식품가공 기업에 혜택이 쏠릴 수 있다는 농가들의 우려를 의식해서다.
유관 부처들은 최대한 빠른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현장에서는 선물 판매 저조로 판매액이 청탁금지법 시행 전보다 15% 이상 줄었다. 농민들이 설 대목 효과를 누리려면 권익위가 빨리 움직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이전 상황으로 완전히 돌아갈 순 없겠지만 선물 상한액이 올라가면 상당한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첫 명절인 올해 설 농축산물 거래액은 2016년 설보다 2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우, 사과, 인삼 등은 공급량이 줄었는데도 수요가 함께 줄어 가격이 떨어졌다.
현지 농가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김철규 옥굴비 사장(49)은 “굴비 원료인 참조기 가격 상승에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연매출이 30∼40% 줄어 너무 막막했는데 농수축산물 선물 상한액이 10만 원으로 인상된다는 소식이 들려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군의 네이처영농조합법인 한편희 이사는 “법 시행 후 매출액이 30%가량 줄어 타격이 심했다. 정부의 기준 상향이 화훼농가의 시름을 덜어줄 것”이라며 반가워했다. 유통업계는 내년 설을 앞두고 12월 초부터 명절 선물세트 구성 준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겨우 1년밖에 안 됐는데 개정에 나서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올 상반기 직장인 1000명과 소비자가구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55.7%, 가구의 59.8%가 청탁금지법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5개 시민단체도 “청탁금지법 완화 주장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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