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AI 고병원성 확진… 평창 인접 양양서도 바이러스 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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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앞두고 AI 비상

방역 비상 광주시 방역 당국 직원이 20일 철새이동지역에 해당되는 북구 영산강 상류에서 조류인플루엔자를
 예방하려고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올겨울 처음으로 전남 순천만의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된 것으로 이날 
최종 확인됐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방역 비상 광주시 방역 당국 직원이 20일 철새이동지역에 해당되는 북구 영산강 상류에서 조류인플루엔자를 예방하려고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올겨울 처음으로 전남 순천만의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된 것으로 이날 최종 확인됐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북 고창군에 이어 전남 순천시 순천만의 야생 조류에서 발견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도 20일 고병원성으로 확진됐다. 전남도는 21일 0시부터 순천만을 전격 폐쇄하고 관광객 입장을 금지했다. 또 평창 올림픽 개최지와 가까운 강원 양양군 남대천의 야생 조류 분변에서도 AI 바이러스가 발견돼 당국이 고병원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정부는 초동 대처를 강조하지만 고병원성 AI는 이미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고창군에서 확진 판정된 고병원성 AI가 축산 대기업과 계약한 농가에서 발견되면서 방역을 강화하겠다던 정부 대책이 공염불에 머물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AI를 최전방에서 막아야 할 수의직 공무원(가축방역관)도 제대로 충원하지 못하는 등 정부 대책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 AI 바이러스 이미 확산 가능성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환경부 산하 환경과학원이 순천만에서 채취한 야생 조류 분변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H5N6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전북에 이어 전남의 철새 분변에 대해서도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이미 상당 수준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AI에 감염된 철새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변 농가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에는 강원 평창과 가까운 양양의 야생 조류에서도 H5형 AI 바이러스가 확인돼 방역 당국이 이동통제 조치를 내렸다. 바이러스가 발견된 양양군 남대천과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군과는 약 80km, 강릉시와는 40km가량 떨어져 있다.

앞서 고병원성 확진이 나온 고창 AI 발생 농장은 축산 대기업과 계약한 곳으로 해당 기업이 방역과 축사 관리 등에 1차적인 책임을 진다. 하지만 이 농가의 관리가 소홀했던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해당 농가는 축사시설이 오래돼 비닐이 찢어져 있고 야생 조류 분비물이 축사 지붕에서 다수 확인됐다”며 축사 환경이 열악한 상태였음을 전했다.

지난해와 올해 첫 고병원성 AI가 일반 농가와 대기업 계약 농가에서 번갈아 나타남에 따라 정부는 감시, 감독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남 해남군과 충북 음성군의 일반 농가에서 첫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을 당시 정부는 “농가가 방역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서 농가에 책임을 돌렸다. 올 4월 대대적인 AI·구제역 방역 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는 축산 대기업의 방역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효과가 없었다. 관련 법안은 아직도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 “감시 시스템 강화해야”

해마다 고병원성 AI가 반복되면서 사전 검사 강화 같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해처럼 조기 발견에 실패해 한꺼번에 감염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어렵더라도 검사 횟수를 늘려야 한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대비해서라도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도 “증상이 늦게 나타나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쉬운 오리만이라도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가 잦은 지역에서는 겨울에 보상금을 주고 농장을 폐업하게 하는 휴업보상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자치단체 방역업무를 최전방에서 담당하는 수의직 공무원의 처우 개선 문제는 매번 거론되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진행한 가축방역관 신규 채용 결과 전남, 전북, 강원 등 3개 도에서 정원에 미치지 못했다. 전남과 전북은 매년 AI가 가장 빨리, 많이 발생하고 강원은 평창 올림픽 대비가 필요해 인력이 가장 절실한 곳이다. 정부는 전국적으로도 334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모집이 진행 중인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 185명만 뽑는 데 그쳤다.

가축방역관은 지자체에서 직접 방역업무를 담당하는 등 고강도 업무에 투입된다. 하지만 업무 및 거주환경이 열악해 일부 지역에선 채용 희망자가 적고 이에 따라 만성적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개 5급으로 채용되는 의사와 달리 6, 7급으로 채용되고 관리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진 기회도 드문 점도 보완할 과제로 꼽힌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순천=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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