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아빠들 ‘베이비캠 삼매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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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에 IP카메라 설치 붐… 산모 90% “조리원 선택때 고려”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아기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남양베베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가입하면 산후조리원의 사전 승인을 거쳐 아기의 가족 5명이 요람 속 아이 모습을 24시간 볼 수 있다. 남양베베캠 제공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아기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남양베베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가입하면 산후조리원의 사전 승인을 거쳐 아기의 가족 5명이 요람 속 아이 모습을 24시간 볼 수 있다. 남양베베캠 제공
“어머, 얘 좀 봐. 혼자 배냇짓을 하네.”

2주 전 첫 손주를 얻은 이모 씨(59·여)는 요즘 시간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만 실행시키면 산후조리원 요람에서 웃고 울고 하품하는 손녀 얼굴을 24시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찾은 산후조리원에서는 신생아 건강을 이유로 친부모 외에 방문객들의 접견을 아주 잠시 동안, 그것도 유리문 바깥에서 하도록 제한하고 있었다.

산후조리원에서 아기의 상태가 궁금한 산모와 가족들을 위한 ‘베이비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이들 보호나 반려동물 복지를 위해 집안에 설치되던 IP카메라가 산후조리원까지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IP카메라를 산후조리원에 설치하게 된 것은 신종인플루엔자(2009년), 메르스(2015년) 등 전염병 이슈로 산후조리원에 가족들의 면회 제한이 생기고 나서부터다. 신생아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손주나 조카를 보고 싶어도 감염 우려로 아기를 못 봤던 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 등의 서비스 수요가 있었다.

사용자들은 원할 때 아이를 실컷 볼 수 있어 대만족이다. 지방에 있거나 출근하는 아빠, 친척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아기 모습을 볼 수 있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바로 공유할 수 있다. 화면 확대도 가능해 아이 표정과 숨쉬는 모습까지 화면으로 느낄 수 있다. 최근 ‘조카 바보’ 대열에 낀 신모 씨(32)는 “형님 부부 눈치 볼 필요 없이 조카 얼굴을 마음껏 볼 수 있어 좋다. 조카가 하품하는 모습만 봐도 하루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남양유업과 손잡고 선보인 ‘베베캠’을 선두로 중소기업 제이엠인터네셔날의 ‘배내캠’이 뒤를 쫓고 있다. 올해 초 출시된 베베캠은 전국 600여 산후조리원 중 현재 130여 곳에 설치됐고 70곳에 추가 설치가 진행 중이다. 프랜차이즈 산후조리원 등 40여 곳에 설치된 배내캠도 저렴한 설치비용과 신생아 건강을 위한 편백나무 받침대 등을 내세워 추격하고 있다.

서비스 초반에는 대부분의 산후조리원에서 베이비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우려가 많았다. 신생아실에 설치된 캠을 통해 간호사들의 사생활이 침해받을 수 있고, 부모들의 간섭이 심해져 업무가 과중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비스 만족감이 입소문을 타며 설치를 망설이던 산후조리원 원장들도 하나둘 마음을 돌리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전국 50개 산후조리원의 산모 10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972명)가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 베이비캠 서비스 유무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초반에 스태프가 부족한 영세 시설 위주로 설치를 고민했지만 최근 산후조리원장 모임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퍼지며 확산되는 추세”라며 “아기 관리상태를 보지 못할 때 생기던 불안과 의심이 없어져 전보다 고객 불만이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IP카메라는 워킹맘,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홀몸노인이나 실버세대 등을 위주로 가정 내에서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킹사건으로 사생활 영상이 유출되는 등 보안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IP카메라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관련 앱에 대한 보안인증제를 이달 27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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