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순’ 새롭게 규정한 시진핑… 마오에 버금가는 권력 강화 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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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의 주요 모순(矛盾)은 이미 국민들의 보다 나은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적이고 불충분한 발전 간의 모순으로 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공작보고에서 중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이렇게 진단했다. 중국이 앞으로 대처해야 할 도전의 성격이 바뀌었음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마오쩌둥(毛澤東)이 사회주의 혁명을 하면서 ‘실천론’과 함께 내세운 ‘모순론’을 거론함으로써 시대 인식과 처방에서 자신을 마오와 비슷한 반열에 놓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핵심’ 칭호 부여 등과 함께 마오에 버금가는 권력 집중과 위상 강화를 과시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홍콩 밍(明)보는 19일 “1981년 11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1기 6중전회)에서 중국의 주요 모순을 ‘물질문화 수요와 낙후한 사회생산 간의 갈등’이라고 규정한 이후 36년 만에 모순에 대한 규정이 변했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에는 생산력 향상이 가장 큰 시대적 과제여서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시장 경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강조됐다.

시 주석은 전날 공작보고에서 중국의 생산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세계 선진 수준이 됐다고 밝히면서 앞으로의 과제는 보다 균등하고 충분한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영 런민(人民)일보의 SNS인 샤커다오(俠客島)는 “보다 충분한 만족은 물질적인 수요뿐 아니라 민주 법치 공평 정의 안전 환경 방면 등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중국 사회가 가진 최대 과제를 지칭하는 ‘모순’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1956년 9월 제8차 당 대회 때는 ‘선진공업국에 대한 요구와 낙후한 농업국가 현실 간의 모순’이 지적됐다. 낙후한 농업국을 벗어나 서둘러 공업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는 2년 후 ‘대약진 운동’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이론적 기반으로도 작용했다.

1962년 8기 10중전회에서는 ‘무산계급과 자산계급 간의 모순’을 주요 모순으로 지적했다. 이는 마오가 4년 후 시작된 문화대혁명에서 자산계급 타도 투쟁을 벌이면서 정적들을 제거하는 데 활용됐다.

앞서 마오는 1937년 옌안(延安)에서 중국 특색의 모순에 맞는 혁명 이론을 찾아 적용해야 한다는 ‘모순론’을 제기하며 사회주의 혁명 이론의 핵심적인 기초로 삼았다. 1975년엔 한 권의 책으로 ‘모순론(사진)’을 펴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시진핑#마오#중국#권력#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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