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집요한 장인정신… 투명한 비닐 의상… 스포티즘 입은 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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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파리 패션위크 가보니

에르메스만의 컬러감과 가죽공예 기술이 돋보인 에르메스 2018 봄여름 컬렉션(왼쪽 두 사진). 특히 깊은 보라빛 룩이 인상적이었다. 루이뷔통은 18세기 귀족에서 영감을 받은 코트와 스포티한 스니커즈, 쇼츠를 매치했다(세 번째).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오른쪽) 등 많은 셀러브리티가 루이뷔통 컬렉션을 찾았다. 에르메스·루이뷔통 제공
에르메스만의 컬러감과 가죽공예 기술이 돋보인 에르메스 2018 봄여름 컬렉션(왼쪽 두 사진). 특히 깊은 보라빛 룩이 인상적이었다. 루이뷔통은 18세기 귀족에서 영감을 받은 코트와 스포티한 스니커즈, 쇼츠를 매치했다(세 번째).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오른쪽) 등 많은 셀러브리티가 루이뷔통 컬렉션을 찾았다. 에르메스·루이뷔통 제공

에르메스-장인의 손길

2일(이하 현지시간) 에르메스의 2018 봄여름 컬렉션이 열린 곳은 에펠탑 사진의 명소 팔레 드 샤이요였다. 전 세계 관광객들은 보통 팔레 드 샤이요 위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계단으로 내려와 안으로 들어가야 컬렉션 장소가 나타났다. 입구에는 100명은 족히 넘을 듯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이 몰려 있었다. 이들이 열심히 찍는 사람이 누군가 궁금해서 보니 태국 시리와나리 나리랏 공주였다.

온통 하얀색으로 꾸며진 쇼장으로 들어가니 각 자리에 ‘에르메스 컬러’라는 책자가 놓여 있었다. 블랙, 블루 블랙, 웻 블랙, 울트라바이올렛 등 다섯 가지 색감과 각각에 대한 싱어송 라이터 자비스 코커의 글이 적혀 있었다.
스포티즘 정점에 오른 루이뷔통 스니커즈.
스포티즘 정점에 오른 루이뷔통 스니커즈.

에르메스의 수석 디자이너 나데주 바니시뷸스키는 다섯 가지 색감을 50여 개 룩에 골고루 담았다. 체크가 주를 이뤘지만 선명한 색감과 에르메스의 장기인 가죽 공예가 어우러진 컬렉션이었다. 이상하게 사진으로는 그 색감이 잘 안나온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보라색은 사진을 찍으면 어둡게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더 깊으면서 쨍한 느낌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룩은 짧은 스웨이드 바이올렛 재킷에 매치한 타이트한 패치워크 베이지 가죽 스커트. 그냥 통 가죽 스커트인 줄 알았는데 쇼룸에서 자세히 보니 가죽 조각을 일일이 꿰맨 장인의 작품이었다. 미국 보그는 에르메스 컬렉션에 대해 “결국 에르메스가 다른 하우스와 차별화하고자 하는 것은 장인 정신이다. 장인 정신은 프랑스 문화의 집착에 가까운 중요한 요소”라고 평했다.

물방울을 연상케 하는 투명하고 과감한 디자인의 샤넬 귀걸이
물방울을 연상케 하는 투명하고 과감한 디자인의 샤넬 귀걸이


샤넬-비닐 옷의 가브리엘


샤넬을 이끄는 칼 라거펠트의 상상력은 끝이 어디일까. 그랑팔레를 대형 슈퍼마켓, 공항으로 만든 데 이어 지난해엔 거대한 로켓 조형물까지 발사시켰다. 더 이상 놀랄 일이 있을까 했더니 이번에는 폭포수를 쇼장으로 이끌었다. 3일 주력 언론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온통 샤넬 폭포 얘기였다.

타이트한 스커트, 챙이 있는 모자, 구조적인 재킷은 가브리엘 샤넬 여사가 창조한 스타일 그 자체였다. 하지만 여기에 비닐을 씌우면 얘기가 달라진다. 투명한 비닐 모자, 비닐 케이프, 비닐 부츠, 아쿠아 톤 메이크업까지 신선한 비주얼이 이어졌다. 치마는 짧았고 투명한 부츠는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소재의 믹스앤 매치도 신선했다. 트위드 재킷에 하얀색 페이턴트 레더 미니스커트를 입는 식이다.

이번 컬렉션 영감의 원천은 물이었다. 라거펠트는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투명한 비닐 소재는 물과 닮았다”고 말했다.
PVC 소재 속에 들어간 발렌티노 스파이크 백.
PVC 소재 속에 들어간 발렌티노 스파이크 백.

루이뷔통-스니커즈를 신은 18세기 귀족

일주일을 이어온 파리 패션위크의 마지막은 루이뷔통이 닫았다. 3일 해가 어둑해질 무렵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묘했다. 루브르의 역사는 길다. 원래 12세기에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지어졌다. 이후 왕궁으로 사용되다 18세기에야 박물관이 됐다.

루이뷔통 패션쇼가 열린 박물관 지하 중세관에는 요새 역할을 하던 시절 망루와 돌탑 흔적이 보였다. 그 앞에는 배두나, 케이트 블란쳇 같은 유명인사들이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루이뷔통 컬렉션을 찾은 대만 배우 애니첸.
루이뷔통 컬렉션을 찾은 대만 배우 애니첸.

루이뷔통 수석 디자이너 니콜라스 제스키에르가 펼친 봄여름 컬렉션도 과거와 현재, 귀족적 장식과 스포티즘 등 이질적인 것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특유의 스포티즘이 18세기 귀족의 코트와 만났다. 코트에는 화려한 수가 놓여 있지만 바지는 짧고 스포티한 식. 제스키에르는 “커스튬으로 불리는 피스를 우리의 옷장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다. 이를 낭만적 아나크로이즘(시대착오)이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상업적으로 대박 예감이 들었던 것은 거의 모든 모델이 신고 나왔던 스니커즈다. 여신 같은 드레스에도, 중성적인 팬츠에도 착착 어울렸던 마법의 신발이었다. 뭘 입어도 21세기로 데려다줄 것 같은 느낌이다.

파리=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에르메스#파리 패션위크#샤넬#루이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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