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상 최고 실적 내고도 앞이 안 보인다는 삼성의 위기의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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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냈다고 발표한 어제, 그룹의 ‘맏형’ 격인 권오현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잠정 실적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3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7% 늘어난 62조 원, 영업이익은 178.9% 증가한 14조5000억 원이다. 2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호황에다 성공적인 갤럭시 노트8 출시의 영향이다. 전 세계 제조업체 중 최대 수준의 성과를 내고도 권 부회장은 반도체를 총괄하는 부품(DS) 부문장과 겸직 중인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서 자진 사퇴했다.

권 부회장의 용퇴 이유는 “최고 실적을 냈지만 이는 과거의 투자 결실일 뿐 미래 성장동력을 찾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는 사퇴의 변에 압축돼 있다. 반도체 전망이 불투명했던 2010년부터 삼성전자는 94조 원의 과감한 시설 투자로 오늘날 글로벌 호황의 씨를 뿌렸다. 그럼에도 미래 먹거리 경쟁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밀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총수 공백 상태로는 대규모 투자와 관련한 전략적 결정을 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는 지금 삼성전자 같은 주요 대기업을 빼면 이익이 쪼그라드는 후퇴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출과 제조업이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회복이 더디고 소비심리도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이 뛰지 않으면 정부 혼자 경제를 살릴 수 없다. 때마침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은 어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최고경영자 서밋’에서 “과거 석유회사와 은행이 세계를 장악했지만 이제는 애플 구글 등 데이터 관련 회사의 시대”라며 “삼성은 이제 데이터 회사”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세계는 이미 데이터 전쟁시대다. 정부가 세계로 뛰는 기업의 발목만이라도 잡지 않아야 한다.
#삼성전자#삼성전자 최고 실적#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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