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동아일보/제해치]포용력 부족한 우리 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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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아직도 포용력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11일 정치권에서는 헌정사상 처음 대통령이 지명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가 부결되는 사태(12일자 A1면)가 발생했다. 223일 동안이나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이다. 정부 여당은 반대한 야당을 향해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 ‘난장판 국회’라며 맹비난했다. 그런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여당의 논평에 동감하기는커녕 기분이 나빠진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293명이라는 대다수 국회의원이 참여한 투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는 국민의 뜻으로 봐야 한다. 정부 여당은 이날 국민들이 무책임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고 비난한 셈이다.

대통령이 지명한다고 국회가 무조건 인준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여당의 이 같은 반응이야말로 국민을 우습게 알거나, 자신이 하는 일은 모두 옳다는 독선에 빠졌거나, 혹은 정치적 포용력이 없는 속 좁음을 드러낸 것이다. 나는 정부 여당의 시각과 달리, 지난번 탄핵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에서 오히려 우리 사회의 건강한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에 희망을 보고 있다.

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벌어진 특수학교 설립 관련 찬반 논란 소식(11일자 A12면)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을 위한 교육시설이 왜 혐오시설로 취급받아야 할까. 그들은 우리 사회가 넘치는 사랑으로 아끼고 보호해줘도 모자라고 견디기 힘든 약자들이 아닌가. 장애아를 뒀다는 이유 하나로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을, 그분들의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한 번이라도 헤아려 봤을까. 우리 사회가 ‘포용의 그릇’을 더 키워 가면 좋겠다.
 
제해치 부산 금정구
#특수학교 설립 관련 찬반 논란#강서구 특수학교 설립#포용력 부족한 우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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