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에 결국… 롯데마트 中서 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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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못버텨 112개 전체 점포 팔기로 매각 주간사에 골드만삭스 선정
靑 “中과 북핵 협력 집중할 시점 경제보복, WTO에 제소는 않겠다”

손님도 물건도 텅텅… 개점휴업 베이징 롯데마트 중국 베이징의 대표 번화가 왕징에 있는 롯데마트가 텅 
비었다. 14일 오후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대형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10명이 채 넘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육류, 생선 매장은 아예 판매를 중단한 상태였다. 계산대에선 손님 없이 직원만 자리를 지켰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손님도 물건도 텅텅… 개점휴업 베이징 롯데마트 중국 베이징의 대표 번화가 왕징에 있는 롯데마트가 텅 비었다. 14일 오후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대형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10명이 채 넘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육류, 생선 매장은 아예 판매를 중단한 상태였다. 계산대에선 손님 없이 직원만 자리를 지켰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롯데마트가 이르면 연내 중국에서 철수한다. 2008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9년 만이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주 중국 현지 골드만삭스를 롯데마트 매각 주간사회사로 선정했다. 현재 유력한 매수 기업에 마트 99개와 슈퍼 13개 등 중국 내 112개 점포의 일괄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다른 주간사회사를 통해 중국 및 해외 기업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 안팎에서는 추석을 전후해 매각 협상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란 말이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각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한 구조조정 없이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롯데는 현재 중국 내 99개 마트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3월과 지난달 총 7000억 원을 중국 롯데마트에 긴급 지원해야 했다. 일괄 매각 추진 배경에 대해 롯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각을 일부만 진행하면 남은 점포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한중 관계에 변화가 없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철수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중국의 경제 보복 행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사드 보복 문제는) 한중 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2014년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로 인한 ‘중국 리스크’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해외 기업이 특정 국가의 생물유전자원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면 이익을 그 국가와 나누도록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월 ‘중국 생물유전자원으로 상품을 만들면 이익의 최대 10%를 기금으로 내야 한다’는 등의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중국 생물유전자원 의존도가 높은 한국 화장품 및 바이오·제약업계가 특히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현수 kimhs@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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