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자거나 쉴때 숨이 막히는 ‘브루가다 증후군’을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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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당 1명꼴 발생 희귀질환… 심실세동에 의한 ‘심인성 急死’ 빈발
남성이 여성보다 8∼10배 위험… 발병땐 병원서 신속히 치료해야

지난해 길에서 쓰러져 인하대병원에서 삽입형 제세동기 시술을 받은 후 브루가다 증후군 진단을 받은 오석환씨(오른쪽)가 주치의 김대혁 교수와 몸 상태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지난해 길에서 쓰러져 인하대병원에서 삽입형 제세동기 시술을 받은 후 브루가다 증후군 진단을 받은 오석환씨(오른쪽)가 주치의 김대혁 교수와 몸 상태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지난해 3월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오석환 씨(25)는 한 달 뒤 인천 남구 용현동 인하대 후문을 걷다가 갑자기 심정지(心停止)로 쓰러졌다. 인하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심정지가 몇 차례 더 일어나자 심실세동(心室細動) 발생을 막기 위해 삽입형 제세동기(ICD) 삽입 시술을 받았다. 심실세동은 심방의 정상 전기 흐름이 깨지면서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맥이 불규칙하게 뛰는 대표적인 부정맥 질환이다.

오 씨의 주치의인 김대혁 인하대병원 심혈관센터(심장내과) 교수는 “오 씨는 심장마비를 겪고 살아난 환자로 ‘브루가다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심실세동을 막기 위해 현재 한국희귀약품센터에서 구입한 항부정맥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귀 질환인 브루가다 증후군이 최근 의료계에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브루가다 증후군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다가 느닷없이 숨이 막히고 경련을 일으키다 자주 실신하는 증상을 보인다. 빨리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동남아시아인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잠을 자다 심실세동에 의한 심인성 급사라는 특징적 임상경과를 보이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인도네시아 젊은 의사가 휴가를 간 동료 의사 일까지 떠맡아 진료를 보다 과로로 숨졌다. 알고 보니 브루가다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세계 의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문제는 아직까지 전체 인구에서의 유병률(有病率·어떤 시점에 일정한 지역에서 특정 병을 갖고 있는 사람 수를 그 지역 인구에 대해 나타내는 비율) 및 발생률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유병률이 높고 남성이 여성보다 8∼10배가량 브루가다 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정도다. 한 연구 논문에서는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남성 1000명당 0.5∼1명이 브루가다 증후군에 시달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브루가다 증후군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조치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국가건강검진 항목에서 빠져 있는 심전도 검사를 검사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암과 대장내시경 등은 기본 검사 항목이지만 검사 비용이 저렴한 심전도 검사는 빠져 있다. 환자 스스로 맥이 불규칙하다든지, 심장이 리듬을 잃고 파르르 떠는 증세를 어느 정도 느낄 때 바로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하면 브루가다 증후군 여부를 확인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인하대병원은 심혈관 질환 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365일, 24시간 심장내과 전문 치료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인체 모든 혈관의 이상 유무를 진단할 수 있는 초정밀 첨단장비인 ‘디지털 혈관 조영 촬영장치’ 2대를 24시간 운영하고 있어 신속한 진단과 빠른 시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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