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와 금융 만나니… 새싹기술 무럭무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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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금융그룹 ‘윈-윈 동맹’

“살 때 가격을 후려치고 팔 때 덤터기 씌우는 중고차 중개시장을 바꿀 순 없을까.”

2014년 말 김성국 ‘천언더’ 대표는 지인들과 창업 스터디모임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내놨다가 핀잔만 들었다. 자동차 직거래 중개 플랫폼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업체 간 수수료 경쟁이 심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문제들만 해결하면 제대로 성공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다음 해 김 대표는 ‘천원이라도 더 저렴하게’라는 뜻으로 중고차 중개 플랫폼 ‘천언더’를 차렸다. 판매자가 애플리케이션(앱)에 1인당 자동차 2대까지 등록하게 하고 사진과 차량등록증 등도 올리게 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였다. 또 고객 기반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는 일절 받지 않았다. 사업의 밑그림은 그렸지만 막상 은행 대출이나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 하나로 덤비는 스타트업에 시중은행들의 벽은 높기만 했다.

김 대표는 올해 초 신한금융을 만나면서 이 벽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핀테크 창업을 지원하는 신한금융 퓨처스랩의 육성업체 17곳 중 하나로 선정돼 신한금융으로부터 투자를 받게 된 것이다.

○ 핀테크 스타트업 ‘멘토’ 나선 금융그룹들

이처럼 최근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금융그룹과 ‘동맹’을 맺으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자금력과 사업 노하우를 갖춘 금융그룹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업체들을 선별해 사업 기반을 다져주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사들도 은행 등 계열사 플랫폼에 직접 자신들이 육성하는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를 도입하면서 ‘윈-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트업들은 금융회사의 이 같은 지원이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넘기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업화나 시장 진입 단계에서 실패해 사장(死藏)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성국 천언더 대표는 “금융회사가 투자만 해주는 줄 알았는데 금융·경영·법률 컨설팅과 해외 진출까지 도와주고 있다. 사업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평판이 올라가면서 사업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KEB하나은행의 ‘1Q랩’에 입주한 인공지능(AI) 기술 상용화 업체 ‘마인즈랩’의 유태준 대표는 “금융권에선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데 대형 금융사와의 협업으로 좋은 ‘레퍼런스’(참고가 되는 사업 경력)가 생겨서 다른 업체들과 계약을 맺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금융사들은 핀테크 업체 기술 도입, ‘윈-윈’

핀테크 업체들의 아이디어가 꽃을 피우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은 마인즈랩과 협업해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콜센터를 구축했고, 최근 문자메시지로 쉽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HAI 뱅킹’도 선보였다. 우리은행 위비핀테크랩에 뽑힌 인공지능 업체 ‘에이젠글로벌’은 우리은행과 여신상품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금융그룹들은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돕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핀테크드림랩에 소속된 생체인증 기술 업체 ‘KTB솔루션’의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KB금융스타터스 육성 업체인 ‘제노플랜’(유전자 정보 컨설팅)은 KB손해보험과 관련 상품을 개발 중이며 동아시아 국가들로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15,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2홀에서 열리는 ‘2017 동아 재테크·핀테크쇼’의 ‘4차산업 금융혁신관’에선 주요 금융그룹과 협업해 새로운 금융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인공지능·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창의적인 기술과 서비스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스타트업#아이디어#금융#핀테크#동아 재테크·핀테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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