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인프라 확충해 신약개발로 국부창출 이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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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성장동력 제약산업
(3)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좌담회

4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본사에서 열린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정비, 연구인프라 확충, 지역균형개발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양문식 전북대 명예교수, 김성주 전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전문위원단 단장,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4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본사에서 열린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정비, 연구인프라 확충, 지역균형개발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양문식 전북대 명예교수, 김성주 전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전문위원단 단장,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차세대 핵심성장의 동력 중 하나로 제약산업이 꼽히고 있다. 그동안 한국을 먹여 살렸던 산업들이 하나둘씩 혁신의 부재와 대내외 환경의 변화로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적 지원을 받는 유망 산업의 육성은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제약산업의 핵심은 신약개발이다. 신약개발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산업인 만큼 도전 자체가 힘들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지금까지 한국이 쌓아온 생명공학기술(BT)과 농생명 기술은 바이오신약과 천연물의약품 개발에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한국 제약산업의 기간산업화는 시대적 요청이다. 동아일보는 한국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한 두 차례의 기획기사에 이어 전문가들의 좌담을 마련했다. 4일 동아일보사에서 열린 좌담에는 김성주 전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전문위원단 단장(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양문식 전북대 명예교수(분자세포생물학과·약사),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제약산업이 확고한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은 무엇인가.

양문식 교수:
한국은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정부가 다국적 제약사에 사절단을 급파해 백신을 구걸했던 참담한 경험을 통해 의약주권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한국은 이제야 의약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제약산업은 27개 국내개발 신약을 보유하는 등 신약개발 역량을 비축했고 의약품 수출도 최근 10년간 매해 평균 15%씩 급성장했다. 제약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을 넘어 기간산업화해도 될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다. 신약개발은 제약산업의 핵심이다. 신약개발은 화학적 배경, 생명과학적 전문성, 임상시험, 규제과학이 제대로 기능을 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것을 가능케 할 ‘통합적 리더’를 육성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 신약개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김성주 전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전문위원단 단장
김성주 전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전문위원단 단장


김성주 전 단장: 노무현 정부 때 IT산업과 BT산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정한 후 IT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세계리더가 된 반면 BT는 기대가 컸지만 성과가 미약했다. 그 원인을 법과 제도의 미비와 정부 지원의 뒷받침 부족 때문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제약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취약했고 기업들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부족했다. 문재인 정부는 제약 바이오쪽을 발전시키려는 강한 추진의사를 갖고 있다. 펀드 조성 등 여러 계획도 내년 예산에 반영돼 있다. 정부의 의지가 있는 만큼 제약 기업들도 호응해 글로벌 성장할 수 있는 계획을 내고 실행했으면 좋겠다.

여재천 국장:
제약산업은 기간산업이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가 협력해 시스템적인 기반이 마련되면 제약산업이 기간산업화 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여기서 고려할 점은 제약산업의 핵심인 신약개발을 가능하게 할 환경을 만드는데 필요한 혁신적인 요소가 꼭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약사법의 변화가 절실한데 신약의 허가, 재심사와 재평가 등은 거의 공백에 가깝다.

한국 제약산업의 연구 인프라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적으로 들린다.

여 국장: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2011년 제약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분야별 필요인력을 조사한 결과 연구개발(R&D) 분야가 70%를 차지했다. 시판허가 단계, 판매, 약가 승인, 특허관련, 기술이전 단계 등 기술가치에 대한 비즈니스적 측면에서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기술을 만들고,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혁신성과를 시장가치로 연계시킬 수 있고, 다양한 분야간 협업을 유도하며, 연구개발 등 혁신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각종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양문식 전북대 명예교수
양문식 전북대 명예교수


양 교수:
한국 제약산업 연구 인프라의 문제는 인적, 물적 인프라 등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제약산업 물적 인프라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협회의 연구개발비 확대, 세제혜택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인적 인프라는 공공의 성격이 강하다. 사회 저변에 인프라가 충족될 때 그와 연관된 제약산업도 육성·발전할 수 있다. 제약산업의 연구 인프라는 석·박사 인력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연구약사가 그 중심에서 총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연구약사는 연구는 물론 제품화시키고, 허가 받고, 마케팅까지 통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연구약사를 제약약사, 사업화약사로 불러야 한다.

김 전 단장:
중요하면서 예민한 문제다. 기존의 약학대학과의 이해 충돌, 현재 약업에 종사하고 있는 약사회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전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하나에 주목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양 교수:
현재의 약대 교육은 지나칠 정도로 약사 면허증 취득을 목표로 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약사면허를 넘어 제약연구약사의 소양은 대학시절부터 길러져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진출분야를 선택할 때 소신 있게 나아갈 것으로 본다. 약사면허과목의 수업 외에 특징적인 경험이 없다면 학생들의 직업선택 안목과 결정권은 50년 전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약대 교육안에 선택교육으로 마케팅을 포함한 경영교육도 포함하고, 법 규제과학 등의 교육도 대학원교육이 아니라 약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접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연구약사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양 교수:
연구약사를 양성하기 위해선 먼저 대학이 변해야 한다. 약사 면허만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창조적 교육으로 학생들을 이끌어야 한다. 사실 학생들은 성적이 좋으면 의대나 치대, 약대를 간다. 이들이 보건의료에는 공헌했지만 기초의학과 제약 등에서 국민의 먹거리 창출에 공헌했느냐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은 회의적이다. 연구약사는 약대 한 곳 설립한다고 해서 육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변 인프라, 대학병원, 임상시험 인프라, 자연대학과 수의과대학 등 유관 학문이 어우러진 인프라 속에서 약학대학의 연구약사를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존의 약대교육 인프라의 질 향상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여 국장: 약과학자와 약사의 양성은 완전히 다른 교육 목적을 갖기 때문에 교육과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양질의 약사 양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약은 무엇보다 안전성(safety)이다. 약을 아는 사람이 신중하게 조제해야 한다. 연구약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6년제의 시스템적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김 전 단장:
고등학교 이과(理科) 학생 중 성적 우수자는 대부분 의대나 약대를 간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과 사회 시스템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수한 인력을 연구중심 약사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제약산업 가운데 특히 천연물의약품 개발 부문이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개발 정책과 맞물려 주목되고 있다. 기반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여 국장:
천연물의약품 개발은 신약을 개발하는데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제약산업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한국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더 성과를 내려면 토대가 되는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다듬어져야 한다. 한국은 천연물 신약이라는 용어가 약사법상 신약의 정의와 달라 오인될 수 있다는 이유로 천연물의약품으로 대체된 실정이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이 2000년 8월 BDGI(Botanical Drugs Guidance for Industry·천연물의약품 산업화 기준)를 제정함으로써 세계 전통약물의 현대화와 산업화를 위한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양 교수:
천연물의약품은 바이오신약과 함께 한국을 끌고 갈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천연물의약품은 기존에 육성하고자 노력했던 분야로 스틸렌, 조인스 등의 대표적 성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아스피린은 천연물에서 유래했다. 한국은 한의학이라는 서구보다 좋은 장점이 있다. 천연물만을 위한 제약이라기보다는 이걸 기반으로 우리의 장점을 융복합해 천연물의약품을 개발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한국은 농생명 기술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고 많은 천연물 연구역량을 쌓아왔으며 생명과학기술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자원과 정보가 천연물약품 개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 혁신적 천연물, 농생명 소재 연구체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의 R&D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여기에 거점국립대학 연구 인프라를 융복합해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김 전 단장:
문재인 정부의 철학 가운데 하나는 지역균형발전이다. 혁신도시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의 거점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 전북은 농생명 수도라는 비전을 갖고 있는데 전주 혁신도시에는 박사만 1400여 명에 달하는 농촌진흥청이 있다. 전북의 교육기관과 지자체가 국가 R&D 기관들과 협력해 제약 바이오 사업에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런 게 바로 현 정부가 SOC 아닌 콘텐츠 중심의 발전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는 지역에 있는 천연물 소재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정부는 천연물의약품을 둘러싼 갈등을 잘 조정해야 한다.
 
정리=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손진호 전문기자
#신약개발#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좌담회#제약산업#연구약사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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