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절반 첫월급, 내년 최저임금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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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 씨(31·여)는 3년 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에서 고시원 생활을 시작하며 ‘공시족’의 길로 들어섰다. 1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지만 후회는 없다. 정 씨는 “일단 입사부터 하자는 마음에 들어간 회사였는데 월급도 적고 적성에도 맞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싫었다”고 말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보수, 적성 등을 감안하지 않고 직장을 구하다 보니 첫 취업 후 회사를 다니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통계청이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졸업 후 실제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11.6개월로 2008년(10.9개월)보다 0.7개월 늘어났다. 그러나 첫 직장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7개월로 9년 전보다 1.7개월 줄었다.

청년들이 첫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보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51.0%)이었다. 이는 1년 전보다 2.4%포인트 늘어난 수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실제로 첫 직장에 취업했을 때 받은 임금이 한 달에 150만 원이 안 되는 경우가 전체의 54.3%였다. 학교를 마치고 일자리를 얻은 청년의 절반 이상이 내년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급은 157만3770원이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런 이유로 청년들의 급여를 올려야 한다며 내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나 인상시켰다.

전망이 없거나 전공, 적성 등이 맞지 않아 첫 직장을 관뒀다고 한 비중도 전체의 13.8%로 나타났다. 또 취업에 성공한 청년 가운데서도 37.8%는 자신의 직장이 전공과의 관련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답했다. 청년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근로여건이나 적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들어가고 보자며 떠밀리듯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청년층의 경우 여러 단계를 거쳐 일자리를 찾아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보수나 근로시간 측면에서 더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점점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학생들이 직장을 얻기 위해 준비하는 수준이 옛날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고 창업, 중소기업 지원 등 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년 취업준비생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교사,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의 비중은 43.2%로 나타났다.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생의 비율도 전체의 14.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첫월급#최저임금#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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