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 유착… 잡음 커지는 버스준공영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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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업체에 적정수입 보장 대신 노선변경-증차는 지자체서 관리
시민편의 늘었지만 年2500억 적자… 市예산으로 메워줘 도덕적 해이
대표 억대 연봉… 친인척 채용 일쑤
마을버스는 ‘이사장 횡령’ 잡음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 13년째를 맞았다.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업체의 적정 수입을 보장해주는 대신에 노선 변경이나 증차 같은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로 2004년 7월 서울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인천으로 퍼졌다. 복잡하게 엉킨 노선이 정리되고 운전사 처우가 개선돼 승객에 대한 서비스 질이 좋아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반면에 시민 세금으로 버스회사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정도가 과하다는 주장과 권한이 비대해진 지자체와 업체 간의 유착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 13년, 서울시 버스운영 체제의 명암을 점검해 봤다.

○ 시민은 편리, 경영 효율성은 ‘글쎄’

민영제일 때는 승객이 많아 ‘황금 노선’으로 불리는 노선에 버스가 편중돼 일부 구간은 정체가 심했다. 버스가 꼭 다녀야 함에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은 아예 다니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준공영제 이후 이 같은 불합리함은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다. 2007년 버스카드 환승제가 생기면서 승객은 더욱 편리해졌다. 버스회사가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갖게 되면서 운전사의 보수와 처우도 상대적으로 좋아졌다. 과거에 비해 버스 승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도 높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 추돌사고를 낸 광역급행버스 업체가 있는 경기도는 일부 시군에 한해 올해 준공영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준공영제가 아닌 경기지역 버스 운전사는 격일제로 일하는 등 근무 강도가 높아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는 지적에 기인한 것이다.

다만 시의 보전 방식과 그에 따른 버스업체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해당 부서 공무원과 민간업체 사이의 유착 우려는 문제로 지적된다.

준공영제에 따라 버스는 회사별로 운행하되 노선은 시가 배정한다. 운송수익금도 시(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가 거둬 운영 실적에 따라 배분한다. 버스회사의 적자분은 시에서 보조해준다. 버스운영비는 서울시가 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업체별 버스 대수와 운행거리 등을 정산해 지원한다. 인건비, 재료비, 정비비, 보험비, 이윤 등으로 구성되는 표준운송원가는 1일 대당 2004년 44만1671원에서 2010년 59만7557원, 2014년 70만5407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68만4943원이다. 매년 2500억 원 안팎이다. 2004∼2016년 서울시 버스회사의 누적적자는 2조7359억 원이다.

운영비를 지원받고 적자를 보전받다 보니 버스회사는 대체로 경영 개선에 큰 노력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간선버스의 경우 회사 대표는 억대 연봉을 보장받지만 자신의 친인척이나 지인을 임원 명단에만 올려 봉급을 타기도 한다. 버스 운전사가 되기 위해 버스회사에 뒷돈을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서울시 공무원들은 버스회사들과 자칫하면 유착 관계를 의심받기도 한다. 준공영제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서울 도심을 운행하는 경기지역 광역버스 회사와는 비리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서울 시내에서의 노선 배정과 증차 여부를 해당 부서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의 버스 비리 관련 수사선상에 올랐던 전직 시 공무원은 경기 모 광역버스 회사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인기 있는 노선은 시가 몇 대를 늘려주느냐에 따라 이익에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 마을버스 운영에서도 ‘잡음’

준공영제는 아니지만 적자를 보면 일부를 시에서 보조해주는 마을버스 운영 체제에서도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민영제이긴 하지만 마을버스는 대부분 환승객이어서 교통카드로 요금을 내면 나중에 서울시가 정산에 관여한다.

일부 마을버스 업체에서는 “서울시가 마을버스조합과 공무원, 시의회의 커넥션을 감사(監査)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내버스 감사 인력도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버스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서울시는 19일 관련 대응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금품수수 유혹에 담당 공무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지현 isityou@donga.com·황태호 기자
#마을버스#버스준공영제#방만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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