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정구종]6월 항쟁에 응답하는 새 정치 구축해야 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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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어느새 30년이 흘렀다. 1987년 6월 최루가스가 쏟아지는 거리를 뜨겁게 달궜던 젊은이들의 6월 항쟁으로 정치적 민주화와 언론 자유가 실현되고, 유보되었던 노동 3권이 해금되었다. 그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의 희생을 재조명하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종철 탐사보도와 6월 항쟁’ 북콘서트는 당시 동아일보 취재기자였던 저자(황호택 동아일보 고문)를 비롯하여 실체적 진실 규명을 도왔던 딥스로트(내부자)들도 참석하여 공권력에 의한 대학생 고문치사의 실상을 되새겼다.

1987년 6월 시민항쟁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최대의 선물은 대통령 직선제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선순환이 정착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30년 동안 보수와 진보로 대표되는 정치세력들이 각각 10년씩 정권을 교체하는 정치 변동의 사이클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대선 승리와 출범 역시 보수, 혁신이 교차하는 정치적 선순환의 새로운 출발이라 할 수 있다.

그날의 민주화운동으로 이룩된 ‘87년 체제’의 공과에 대한 논쟁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1월 초 한 신문이 실시한 ‘1987∼2017 민주주의 인식도 조사’에서는 각 세대가 공통적으로 “우리는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모른다”는 소리가 30년 전 시민 항쟁의 주역이던 세대를 비롯하여 젊은 세대일수록 팽배하다는 현실은 실로 충격적이다. 수많은 희생으로 쟁취했던 민주주의 실현 30년에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이었나를 되짚어 보게 한다.

6월 시민항쟁의 최대 수혜자는 역대 정권이다. 6월 항쟁의 결실로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실현되었으나 보수와 진보가 대립한 지난 30년 동안의 정치는 정권 쟁탈을 위한 이념투쟁에 함몰된 채 국민이 주인인 민생정치의 내실화는 소홀히 했던 것이 아닐까.

이제는 보혁의 이념대결을 넘어 참된 의미의 국민이 함께하는 사회통합의 길로 나서야 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냉전 때의 통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말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을 끝내고 통합의 시대로 갈 것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그 실행을 지켜봐야 할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실감 못하는 젊은 세대의 불만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계층적 격차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젊은이들을 좌절과 낙오의 그늘에서 헤매게 하는 3포, 5포 세대의 현실, 누가 어쩌다 젊은이들의 사회 진입을 가로막는 절벽을 만들었는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사회의 실업과 양극화가 재난 수준이라고 말한 것은 사회적 격차 해소와 소득 하위계층 삶의 질 향상의 필요성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음을 토로한 것이라 하겠다. ‘재난’은 복구와 극복이 뒤따라야 한다.

민주화가 실현되고 보다 나은 세상을 갈망하던 젊은이들, 그리고 그 후배들이 더 잘 사는 시대를 맞게 되리라는 1987년의 소망은 민주화의 잔치 속에 실종되고 만 느낌이다. 지난 30년 동안 젊은 세대에게 좌절과 소외감을 주어 온 책임을 보수 정권에도 진보 정권에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는 민주화 이후의 역대 정권을 되돌아보면서 반성과 성찰 위에 시민항쟁의 주역들이 염원하던 새로운 세상 만들기에 나서야 할 때다. 1987년의 6월 항쟁과 2017년의 촛불집회가 함께 갈망하는 진정한 민주화와 사회통합의 과제가 하나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6월 항쟁#박종철 탐사보도와 6월 항쟁#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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