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물건을 팔 것인가 경험을 팔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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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사람들은 물질재보다 경험재를 구매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2015년 미국 상무부는 경험을 위해 쓰이는 돈의 비중이 물건을 구매하는 금액보다 커졌다고 발표했다. 즉 사람들이 자동차, 스마트폰, TV 같은 제품보다 유명 레스토랑에 가서 좋은 음식을 먹거나, 콘서트 티켓을 구매해 특별한 경험을 하는 데 돈을 더 쓴다는 얘기다.

미 코넬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실제로 사람들이 물질재보다 경험재에 돈을 쓸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지 살펴봤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각기 다른 두 가지 상황을 상상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게 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장에 입장(경험재)하기 위해 기다릴 때 기분이 어떠한지와, 스마트폰(물질재)을 구매한 후 기다릴 때 어떠한지를 표현해 보라고 했다. 분석 결과 참가자들은 어떤 경험을 앞두고 있을 때에는 주로 ‘기대가 된다’, ‘흥분된다’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냈지만, 물질재를 구매한 후에는 대부분 ‘(기다리느라) 짜증이 난다’, ‘조바심이 난다’ 같은 부정적 감정을 표출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물질재와 경험재가 얼마나 많은 행복감과 흥분감, 즐거움을 가져다주는지 표현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사 결과, 참가자들은 물질재보다 경험재를 구매할 때 더 행복하고, 신이 나며, 더 즐겁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가진 물건의 가치를 타인이 가진 것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물질재를 구매하는 것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데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새로운 물건을 산다고 한들, 나보다 더 비싸고 좋은 물건을 가진 사람은 너무나도 많으니 말이다. 반면 경험재의 경우에는 굳이 타인이 가진 경험재와의 비교를 통해 그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소비 활동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경험재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경험하는 데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이제 물건을 팔려고 하기보다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소비자들을 참여시키며 그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줄 때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물건#경험#dbr#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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