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있는 한국적 발레 완벽하게 구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허난설헌-수월경화

국립발레단 강효형의 전막 안무 데뷔작인 ‘허난설헌’.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강효형의 전막 안무 데뷔작인 ‘허난설헌’.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이자 안무가인 강효형(29)은 영리했다.

강효형은 5∼7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자신의 안무작 ‘허난설헌-수월경화’를 무대에 올렸다. 이번 작품은 조선시대 여성 시인 허난설헌(1563∼1589)을 소재로 그의 일대기와 시를 다뤘다.

‘요동치다’ ‘빛을 가르다’에 이은 강효형의 세 번째 안무작. 전작들이 10여 분의 짧은 작품인 데 비해 이번 작품은 2막으로 이뤄진 55분 분량의 공연이다. 처음으로 맡은 긴 분량의 작품에서 강효형은 자신의 장점을 모두 보여줬다. 그리고 안무를 맡긴 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과의 ‘스토리가 있고, 한국적이되 발레 테크닉을 보여줘야 한다’는 약속을 완벽하게 지켰다.

공연 초반 병풍처럼 생긴 세트를 장면에 따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모습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또 군무에 강한 그답게 무용수들의 군무 장면은 힘이 넘치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이 무대를 꽉 채우는 느낌을 줬다. 신기할 정도로 강효형은 군무에 힘을 불어넣는 재주가 있다.

압권은 음악의 사용이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음악 등 전통음악 12곡을 활용해 구체적인 줄거리는 없지만 이미지만으로도 허난설헌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완벽한 음악적 이해 없이는 힘든 작업이다. 여기에 장면마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의상은 작품의 몰입도와 완성도를 높여줬다.

아쉬운 점은 무용수들의 솔로와 2인무 등 군무가 없는 장면이다. 화선지에 난초를 그리다 생각이 많아져 자꾸 여러 갈래의 잎을 그리는 듯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초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훌륭한 전막 데뷔다. 해외 관객의 입맛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국적 발레#발레 허난설헌#안무가 강효형#수월경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