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靑행정관 “블랙리스트, 양심 가책 느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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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조윤선 공판 증인 출석
“개인 주관적 판단으로 피해 줘… 내가 안하면 후배들이 맡았을 것”

청와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행정관이 19일 법정에서 “양심의 가책과 부담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우모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운용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특정 인물을 이념이나 비판하는 성향에 따라 배제해야 하는 업무였기 때문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우 전 행정관은 이어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에 대해 “특정 자료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을 너무나 많이 요구했고 그 결과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동료에게) 토로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도 업무를 중단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내가 안 하면 다른 후배들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서 당분간 맡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 전 행정관은 또 당시 정관주 국민소통비서관(53·구속 기소)에게 ‘이런 일을 꼭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시키겠다’는 답변을 들었고 “그 사람에게 피해가 갈 것이 걱정됐다”고 증언했다.

우 전 행정관은 “명단을 만든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한다면 시스템을 통해야지 이런 방법으로 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블랙리스트#청와대#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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