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넘고 넘어… 투표 길은 고행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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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장애인의 날’… 대선 투표소 점검해보니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광진구의 대선 투표소를 점검하던 유진환 씨가 휠체어를 타고 좁은 경사로를 오르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광진구의 대선 투표소를 점검하던 유진환 씨가 휠체어를 타고 좁은 경사로를 오르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네댓 번이나 전진 후진을 반복해야 겨우 올라갈 수 있네요.”

19일 서울 광진구 뚝섬로 성자초등학교를 찾은 유진환 씨(61)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유 씨는 다리가 불편해 평소 목발을 짚고 오르막 등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탄다. 유 씨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함께 대선 투표소 점검에 나섰다.

성자초교 정문에서 투표소가 있는 건물 입구까지 거리는 약 10m. 문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이용할 휠체어 전용 경사로였다. 폭이 너무 좁아 전동휠체어 한 대가 지나가면서 연신 양쪽 벽에 부딪쳤다. 함께 현장 점검에 나선 지체장애인협회 광진구지회 고대현 회장(46)은 “우리 구에 등록된 장애인이 1만3000여 명이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수천 명에 달한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신청하면 차량을 제공하지만 1대뿐이어서 선거 당일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9일 대선을 앞두고 19일 동아일보 취재진은 장애인단체와 함께 서울 지역의 투표소 설치 예정 시설을 미리 확인했다.

현재 투표소 점검을 진행 중인 서울 지역 자치구 12곳의 ‘장애인 편의시설지원센터’에 따르면 상당수 투표소에서 ‘경사로 및 문턱’ ‘2층 이상 투표소 승강기 미설치’ ‘장애인 화장실 등 편의시설’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꼽혔다. 중랑구 장애인 편의시설지원센터에서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김수연 씨는 “투표소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초등학교인데 상당수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며 “심하게 말하면 장애인에게 투표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총 투표소 1만3964개소 중 승강기가 설치된 곳은 1384개소(9.9%)에 불과했다.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도움벨이 설치된 곳은 547개소(3.9%),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곳은 6492개소(46%)였다. 지난해 20대 총선 당시에도 전국 사전투표소 3511개소 중 598개소가 2층 이상에 설치됐지만 승강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어 이들의 참정권 보장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1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달 초 8개 장애인단체 및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회의를 열고 장애인 유권자의 투표 편의 강화와 선거정보 제공 확대, 공정성 확보 대책 등 참정권 보장 방안을 논의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선거 당일까지 필요한 조치를 다할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연 call@donga.com·구특교·김예윤 기자
#장애인의 날#투표소#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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