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부품 조립해 쓰는 3D프린터, 완성품 안전성 신고 안했다고 황당 벌금

신수정기자 입력 2017-03-16 03:00수정 2017-03-1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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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못따라가는 낡은 규제
법에 없으면 일단 규제, 혁신 발목… 신기술 ‘임시허가’ 각국 도입 확산
3차원(3D)프린터 부품 판매 스타트업인 삼디몰은 지난해 8월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위반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제품안전협회로부터 고발당한 뒤 최근 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 판결을 받았다. 이 회사는 3D프린터 부품을 판매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부품을 조립해 만드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완제품에 대해 안전성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김민규 삼디몰 대표는 “판매하는 부품은 모두 안전성 기준을 통과한 것들이다. 부품 선택을 달리하면 완제품의 모양도 조금씩 바뀌는데 그런 모든 가능성에 대해 안전성 신고를 하라는 것은 불합리해 보여 2심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3D프린터 완제품에 대해서만 안전성 신고 규정이 있고, ‘DIY(Do It Yourself)’ 모델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어 빚어진 일로 보고 있다.

기존의 법과 제도로 규정할 수 없는 신기술, 신사업이 쏟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법률에서 허용하지 않으면 일단 불법으로 간주하는 현재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은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포지티브 규제 아래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사업을 하려면 법이 제정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위스 금융그룹 UBS가 발표한 국가별 제4차 산업혁명 준비 순위에서 한국은 법률 시스템 부문에서 139개국 가운데 62위에 머물렀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생태계 활성화에 맞는 과감한 선제적 규제 개혁과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과거 단일 산업을 전제로 설정된 각종 칸막이 규제와 행정이 산업 융합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임시허가 제도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영국이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포함됐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영국에서 핀테크 등 금융 분야에 이미 사용되고 있고 일본도 최근 관련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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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가 제도화되면 위법성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혁신 제품 및 서비스를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테스트해볼 수 있게 된다. 김 의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과거의 성공에만 안주해 칸막이식 규제를 고수하면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앞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3d프린터#안전성 신고#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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