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전삼현]촛불·태극기 집회, 법치주의 원칙을 지켜야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입력 2017-02-07 03:00수정 2017-0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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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시작된 촛불 집회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라는 반(反)법치주의적 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야당 정치인들의 가세로 자칫하면 하야라는 비(非)법적 절차로 대한민국을 극도의 혼란에 빠뜨릴 뻔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탄핵이라는 법적인 절차로 전환시키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촛불 집회가 최근 헌법재판소와 법원, 그리고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마녀사냥식 구호를 외치는 등 본질에서 일탈하는 양상을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에는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급증하면서 촛불 집회가 혹시 대한민국을 광장민주주의 전형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마저 든다. 물론 광장민주주의가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전 세계 인권보호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 온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광장민주주의라고 한다면 이는 용인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하는 경우를 가정한 해법을 묻자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즉,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지 않으면 촛불 집회를 이용해 혁명과 같은 초법적 행위로 응징하겠다는 협박을 한 것이다.

이는 촛불 집회가 이 상태로 진행된다면 초심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반체제 운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극기 집회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는 것 역시 이러한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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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문제는 혁명이 아닌 법치주의 원칙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다. 촛불 집회든, 태극기 집회든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자신들의 주장을 강요하기보다 법리 판단을 기다리고 존중하는 등 시민운동을 법치주의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법정의를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과 귀를 가리고 한손에는 저울을, 한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즉, 법관이 어떠한 여론도 의식하지 말고 법리와 균형된 양심에 따라서만 냉철히 판단한 후 엄정한 법 집행을 해야 사법정의가 구현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이해 가장 무거운 시대적 사명과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는 주체는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일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수호할 최후의 보루가 헌법재판소와 법원이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100일이 넘는 동안 대한민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우리의 치부를 고스란히 보여 왔다. 더 이상 가릴 수 있는 치부가 없을 정도로 국가적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문제는 이를 수습하는 일이다. 최소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상황에 직면하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의식이 확립된 법치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릴 필요가 있다. 사법부와 시위대의 현명한 판단과 행동을 기대해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촛불 집회#탄핵#삼성전자#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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