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화의 용광로 기대했는데… 창작능력은 ‘낙제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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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1주년]<상>식어버린 문화창작 열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개관 1주년 페스티벌을 펼쳤다. 이 행사에는 음악, 무용, 실험극, 콩쿠르와 강연 등 20개 국가 200여 명의 국내외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개관 1주년 페스티벌을 펼쳤다. 이 행사에는 음악, 무용, 실험극, 콩쿠르와 강연 등 20개 국가 200여 명의 국내외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터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난해 11월 25일 개관했다. 문화전당 건물면적은 16만1237m²로 국립중앙박물관보다 1.2배 크다. 시민들은 프랑스 퐁피두센터,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같은 세계적 복합문화시설의 탄생을 기대했다. 개관 1년을 맞은 문화전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어떨까. 성과는 고사하고 창의성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전당이 ‘아시아 문화창작소’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3회에 걸쳐서 싣는다.<편집자 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개관 당시 ‘아시아 문화의 용광로’를 자처했다. 하지만 창작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문화전당은 지난 1년간 방문객이 260여만 명에 이르고 예술극장과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어린이문화원에서 콘텐츠 제작과 연구 교육 공연 전시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했다고 5일 밝혔다. 또 전시 33종을 비롯해 공연 82종, 교육 97종 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화전당은 올해 아시아문화원 콘텐츠 개발예산 314억 원 가운데 62억 원(약 20%)을 아직 사용하지 못했다. 아시아문화원은 문화전당의 문화·홍보·교육·연구는 물론이고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위해 설립된 준정부기관이다. 아시아문화원은 2015년에도 콘텐츠 개발 예산 739억 원 가운데 44억 원(6%)을 쓰지 못했다.

 지역 문화계는 문화전당 예산 집행이 지지부진한 것이 콘텐츠 개발 연계성이 떨어지고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개관 당시 문화정보원을 맡았던 김선정 감독, 예술극장을 담당했던 김성희 감독, 어린이문화원을 총괄했던 김혁진 감독이 임기 3년을 채우고 그만두면서 현재 6명의 본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전당 관계자는 “문화창조원 예술 감독인 목진요 씨는 감독 체계에서 본부장 체제로 개편되자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목 씨는 이후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영상 감독을 맡았다.

 지역의 문화예술 시민사회단체는 “목 씨가 선임되기 전인 2015년 2월 이영철 전시예술 감독이 해임되고 수년간 준비했던 개관 프로젝트가 백지화됐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문화전당 콘텐츠가 변경되고 사라지는 등 문화전당이 정치권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면서 5년간 개관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가 문화전당에 대한 애착심보다 각종 사업을 벌이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예술가는 “문화전당을 두고 방향타를 잃은 난파선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며 “지금이라도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히 잡는다면 안정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족한 문화전당 전문 인력이 콘텐츠 개발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재한 전남대 불문과 교수는 “문화전당 전문 인력은 100여 명 수준에 불과해 규모에 걸맞은 콘텐츠와 프로그램 운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 인력 부족으로 문화전당이 전시와 공연에 치중하면서 문화 플랫폼 기능의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실 관계자는 “전시와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문화전당은 문화상품을 만들어 예술시장에 내다팔아야 독자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들은 문화전당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법인화 대신 국립을 선택했다. 하지만 문화전당이 정부기관 성격이 강하다보니 관료주의가 만연하고 예술 자율성과 창작성은 떨어졌다고 평가한다. 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 이원 체계는 콘텐츠 생산에도 두 단계 심의를 거쳐야 하는 옥상옥(屋上屋) 문제까지 낳았다. 윤만식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광주지회장은 “새 문화전당장이 임명되면 정부 주도로 운영을 하되 관료화 등을 막기 위해 문화예술단체, 지역과 소통하는 거버넌스를 조직하자고 제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국립아시아문화전당#옛 전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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