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진만]빨라진 대선 시계, 정치권이 유념할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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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가 시민들에 의해 마지막 무대로 끌려가고 있다. 정치권이 ‘꼼수’를 부리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은 매주 기록을 세우며 촛불 민심으로 무게중심을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마지막 무대에 서게 될지 아직은 베일에 가려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차기 대선의 시계추가 빨리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됐고 시민들은 청와대, 국회, 정당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전방위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지난한 싸움은 조만간 결판이 날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결판이 나든 차기 대선은 정해진 시점보다 일찍 실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대선이 빨리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현 상황에서 고민이 많다. 여당은 눈에 띄는 대선 후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당의 존립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태다. 여기에 대선까지 빨리 실시된다는 것은 악몽이다. 야당은 촛불 민심을 조기 대선으로 이어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야당도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결국 차기 대선은 시민들이 일찍 만들어준 판에서 준비가 부족한 정치권이 경쟁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다음 정권을 담당할 최고지도자를 뽑는 선거로서 너무 부족함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하소연을 할 것이다. 준비가 부족한 선거다 보니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고 제대로 된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권의 기우이자 핑계일 뿐이다. 준비가 안 되었거나 덜 된 정치권과 달리 국민들은 조기 대선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 유권자들은 다음 대선에서 어떠한 정당과 후보자가 준비된 모습으로 오늘날 한국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들을 제시하는가를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다. 또한 역대 어느 대선보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직에 걸맞은 능력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도 꼼꼼하게 살필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분노감에도 불구하고 촛불 시위에서 폭력을 자제했던 시민들은 차기 대선에서 엄중하고 무서운 ‘종이짱돌’인 한 표를 던질 것이다.

 시민들은 지금 박 대통령을 즉각 퇴진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시민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고생을 하는 것은 결국 정치권이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든지 탄핵을 당하든지 그것은 시민들이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낸 결과이지 정치권이 이끌어낸 성과일 수 없다. 정치권이 촛불 정국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요구와 기대를 잘 읽고 반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정당의 기본적인 임무이자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이 된다. 그래서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은 박근혜 정부 이후의 한국 정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빨라질 대선에서 국민들과 함께 새롭게 만들어갈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 정치의 위기에 대해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을 내리지 못하는 정당과 후보자가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차기 대선은 준비된 유권자의 높은 눈높이에 어느 정당의 후보자가 가장 근접했는가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차기 대선#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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