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매출은 작지만… ‘책’을 통해 유무형 가치 생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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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교육서비스 업체 ‘담북’

기수별로 ‘담북청어람’ 코너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담북 제공
기수별로 ‘담북청어람’ 코너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담북 제공
 “매출이 눈에 띄는 사업체는 아니지만 정신적인 소득과 매출은 가늠할 수 없습니다.”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KNN건물 18층에 사무실을 둔 ‘담북(談Book)’은 부산에서 보기 드문 교육 서비스 및 콘텐츠 업체다. ‘책’을 통해 유무형의 가치를 생산해내는 사업체다. 담북은 깊고 넓은 삶의 이야기와 책과 문화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 담겼다. 맞춤형 강연과 토론,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개발, 도서출판 등이 사업 영역이다.

 담북은 2012년 1월 출범했다. 10년간 리더십 교육 강사로 활동하던 고은정 대표(46)가 상상했던 ‘꿈’을 현실에 옮겼다. 제주가 고향인 그는 부산에서 대학을 다녔다. 학창시절 난독증과 학습 부진으로 고생했지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책에 빠졌다. 남들보다 뒤늦게 리더십 프로그램 강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반짝하다가 그치는 교육 참여자들의 태도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대부분 매너리즘에 빠지기 일쑤였다. 변화를 기대했던 교육의 본질도 지속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내가 누구인지’를 깨달으면서 지혜가 오래갈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찾다가 담북을 설립했다. 책과 함께하는 교육 콘텐츠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첫 사업으로 2012년 3월 20일 오전 7시 조선비치호텔에서 ‘책을 여는 아침’ 담북 독서모임 1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오전 시간을 선택했다. 2차 자리를 피하기 위함도 하나의 이유였다. 기업인 변호사 의사 회계사 방송인 건축가 등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오피니언 리더 15명이 참여했다. 3시간 동안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읽고 난 소감과 자신의 경험담을 섞어 이야기를 나눴다. 정 시인의 생생한 강연도 곁들여졌다.

 매주 화요일 3시간씩 11주간 책 11권을 접한 참여자들의 생각은 많이 변해 있었다. 그동안 12기를 거치면서 300여 명의 담북 동문이 생겼다.

 2, 3세 경영인의 참여도 하나의 성과였다. 이들이 인문학 도시 부산 만들기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30여 명의 저명 강사가 매주 한 번씩 부산을 찾아 힘을 보태고 있다.

 기수별로 대학생 3명이 참여해 독후감을 발표하는 ‘담북청어람’은 이색적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뜻을 가진 이 코너는 신선함과 묵힌 지혜를 공유하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1일부터는 25명이 참여한 가운데 13기 과정이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진행 중이다.

 2명으로 시작했던 직원도 5명으로 늘었다. 담북 과정 수료자를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진행하는 10주간의 클래식 과정도 신설됐다. 고전과 전문서적을 선택해 생각의 깊이와 마음의 넓이를 더했다. 30분간 진행되는 마에스트로 김지세 씨의 공연과 강연은 프로그램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5년간 정신없이 달려온 담북은 조만간 소외계층과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책을 여는 아침’이란 첫 도서도 나온다.

 매기마다 서울에서 첫 고속철도(KTX)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정 시인은 “담북처럼 체계적이고 향기 나는 독서문화는 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동규 경희대 교수는 “참여하고 나누는 담북을 서울에서도 진행해 달라”고 했다.

 올해 초 결성된 동문회인 담북사랑방 박성호 의장(49·변호사)은 “담북은 얼어붙은 영혼을 깨우는 곳이자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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