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북핵 공동전선 훼손” vs “中, 한국의 북핵 공포 인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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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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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 제14차 한중일 심포지엄]도전받는 동북아 안보
中현대국제관계硏-日아사히신문 공동주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가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아사히신문과 ‘도전받는 동북아 안보와 한중일 협력’이라는 
주제로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제14회 한중일 연례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핵개발이 동북아 안정을 절대적으로 해치는 요인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중국 측 인사들은 여전히 사드 배치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가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아사히신문과 ‘도전받는 동북아 안보와 한중일 협력’이라는 주제로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제14회 한중일 연례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핵개발이 동북아 안정을 절대적으로 해치는 요인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중국 측 인사들은 여전히 사드 배치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핵개발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기술 수준이 급진전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동북아시아의 외교 지형도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도 북핵 위협에 대비하려는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중국 정부는 위기의 근원인 북핵보다는 사드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해 ‘톈안먼(天安門) 성루 외교’로 봄을 맞는 듯했던 한중 관계는 급격한 냉각기로 접어들었다.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5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복원 문제 등을 논의한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21세기평화연구소(소장 한기흥)는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아사히신문과 제14차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도전받는 동북아 안보와 한중일 협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중일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사드 배치, 남중국해 갈등 등으로 급속히 악화된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위한 방안을 두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 북핵 폐기 목표엔 한목소리

북한의 무모한 핵개발이 동북아 안정을 절대적으로 해치는 요인이란 점에 참가자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왕푸둥(王付東)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조선반도연구실 부연구원은 “북한은 핵을 보유하기 위해 거액의 임차비(제재)를 내고 있으며 계속 핵개발을 추진하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선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핵개발은 동북아에 안보 딜레마를 키우고, 한중일 간에 불신을 만들며 신냉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근본적 해결 방법은 북핵 제거”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또 북핵 문제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킬수록 한중일 3국이 자주 만나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궁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핵 문제 때문에 사드라는 문제가 터져 나왔지만, 그렇다고 모든 한국인들이 한 목소리로 사드 배치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된 문제일수록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지양하고 대화를 통해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히라이와 ¤지(平巖俊司) 간세이가쿠인대 교수는 “한중일은 역내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통 인식에는 완전히 공감하고 있다”며 “한중일이 정보와 분석의 공유를 통해 각각의 입장과 정책의 차이를 판단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드 배치를 놓고 한중 격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공통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선 한국과 중국 참가자들 사이에 격론이 오갔다.

한국 참석자들은 북핵 위협이 노골화되는 국면에서 한국의 선택을 중국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사드라는 결정까지 내리게 된 과정을 중국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드가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판단 때문에 중국이 북한으로 돌아간 것 아닌가”라는 시각에 대한 중국 측 의견을 물었다.

중국 측 왕 부연구원은 “사드는 북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통일전선’을 훼손하고 있으며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없다”며 “북한이야말로 사드 갈등을 이용해 고립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왕산(王珊)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연구소 연구원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관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이런 여론은 대북 (압박)정책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석호 동아일보 국제부 차장은 “많은 한국인들은 서울이 북핵의 목표가 됐다는 사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없어 남은 기간에 뭐든지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빠져 있다”며 “북한의 핵개발을 멈출 수 있다면 가까운 장래에 사드 배치가 아니라 한국의 핵개발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중국은 사드가 북한 핵을 막는 데 무용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그렇다면 북한보다 훨씬 더 많은 미사일을 보유한 중국에는 더구나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반박했다.



● 안보협력은 대화로부터

참가자들은 한중일 3국이 서로 대립하고 긴장을 키우면 결국은 북한에 핵개발에 나설 시간만 벌어준다는 것에 인식을 공유했다.

후지핑(胡繼平)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은 “한미일이 한편이 되고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하며 서로 상대에 대한 자극을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지면 새로운 신냉전 분위기가 조장될 수밖에 없다”며 각국의 이성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과거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 때 중국인들이 보여준 반일감정이나 반일시위에 비하면 현재 중국인들이 느끼는 사드 관련 반한 감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중국의 전문가나 언론이 이 문제를 부채질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이해차이를 좁히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일도 21세기 평화연구소 연구위원도 “중국과 미국은 특정 문제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문화가 체스와 바둑의 차이처럼 다른 것 같다”며 “미국은 북핵과 사드, 남중국해 등의 문제에 한수, 한 수씩 대처한다면 중국은 전체를 아우르는 판의 문제, 세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적 관념으로 판을 보는 한일과 중국 사이에 게임의 룰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맞춰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라이와 교수는 “일본은 미일 관계가 대외정책과 외교정책의 기본이고, 한국은 안보에 관해 미국의 존재가 절대적이지만 중국은 미국의 관여를 최대한 줄이려 하면서 갈등이 발생하는데 이를 대화를 통해 어떻게 줄여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무라카미 다키오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한중일 언론인들이 냉전적 사고를 부추기는 기사를 자제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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