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추경… 내년 예산안 편성까지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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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강경론 선회로 처리무산 위기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가닥을 잡아가던 추경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은 22일 더불어민주당이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 여당은 ‘추경 불발’을 전제로 내년도 본예산을 확정해야 하는지 고심하고 있다.

더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증인 채택 없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는 있을 수 없다”며 “내실 있는 청문회 없이 추경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간 추경안 통과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최 의원과 안 수석의 청문회 출석 요구를 당론으로 못 박은 것이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의총에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 최종 결정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릴레이 협상을 통해 교착 국면의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여당이 결사반대하는 최 의원과 안 수석의 증인 채택을 야당이 양보하는 대신 농민 백남기 씨 과잉 진압 논란 등을 상임위에서 다루자는 제3의 제안도 나왔다고 한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여권이 대통령 참모(안 수석)와 현역 의원(최 의원)을 청문회에 세우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야당도 출구를 찾아가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더민주당의 태도가 강경해지며 추경안 처리가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추경안을 논의하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더민주당의 의총 결과를 전해 듣고 “추경이 안 될 수도 있겠다”며 “추경안에 포함된 사업 중 일부는 서둘러 (9월 2일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고, 반영할 수 없는 사업은 내년 하반기에 (추경을 통해) 내려보내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당은 “하루, 이틀 더 시간을 갖자”는 뜻을 여당에 밝혔지만 이번 주에 협상 타결이 안 될 경우 여당은 국회에서 추경안을 접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가 스스로 추경 철회안을 국회에 제출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며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추경안을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해 부결시키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경 불발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에 여야가 극적으로 타결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추경안 처리가 다음 주까지 미뤄질 경우 국회에 정부 예산안 2개가 동시에 계류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번 주에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끝낸 뒤 30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재정법에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9월 2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추경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맞춰 본예산 제출일을 조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자금 확충, 실업 대책 등 시급히 추진돼야 할 예산 사업이 당장 어느 예산에 포함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총규모가 400조 원을 넘어서는 ‘슈퍼예산’으로 편성될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업 구조조정 관련 항목은 추경이 확정되지 않아 지출 항목 및 규모가 여전히 유동적이다. 구조조정 추경 사업 일부는 자칫 추경과 본예산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은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홍수영 gaea@donga.com /세종=이상훈 기자
#추경#예산안#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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