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간 케리 美국무 “EU, 보복대응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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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쇼크]
獨-佛-伊정상 “탈퇴신청서 낼때까지 영국과 어떤 협상도 없다” 못박아
英국민들 재투표 목소리 커져 ‘조기총선 통해 사실상 재투표’ 등
‘브렉시트 재탈출’ 각종 방안 등장

영국 내에서 브렉시트 결정을 후회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재투표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진행할 브렉시트 협상의 내용과 일정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28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한 EU 정상회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영국의 EU 탈퇴 협상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현직 각료인 제러미 헌트 영국 보건장관은 2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탈퇴를 위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곧바로 발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민자를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국경통제권을 놓고 EU와 새로운 협상이 보장된다면 재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영국해협을 오가는 자유통행 규정에 관한 합리적인 타협과 함께 단일 시장에의 완전한 접근권을 주는 ‘노르웨이플러스’ 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유명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은 브렉시트가 실제 벌어질 경우 영국과 EU 모두에 큰 피해가 예상돼 양측이 재투표에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래크먼은 덴마크와 아일랜드 역시 투표를 통해 EU 가입을 거부했다가 EU로부터 양보를 얻어낸 뒤 재투표에서 가입조약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브렉시트에서 다시 ‘탈출(exit)’하는 방법으로는 △영국 정부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아 EU와 협상을 아예 시작하지 않는 방안 △스코틀랜드나 북아일랜드 의회가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 △조기총선 공약에 국민투표 결과를 포함시켜 총선에서 재심판을 받는 방안 등이 있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지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영국이 EU 탈퇴 협상 개시를 머뭇거리면서 ‘시간 끌기’ 작전을 펼치자 EU 중심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3개국 정상이 27일 베를린에 모여 “영국이 탈퇴신청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28일 EU 정상회의 개막을 수시간 앞두고 “영국은 조속히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영국이 공식적으로 EU를 떠나고 싶다고 통보해 올 때까지 어떠한 비공식 비밀 협상도 금지한다”고 못 박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7일 하원 연설에서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의문은 있을 수 없다”며 “결정 이행 과정은 시작돼야 한다”며 재투표 불가 입장을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이 자리에서 EU 탈퇴 후속 절차를 진행할 새로운 정부 부처를 만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당초 10월로 알려졌던 영국의 EU 탈퇴 협상 개시는 9월 초로 한 달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캐머런 총리가 10월 사임 발표와 함께 탈퇴 협상 개시 결정권을 후임 총리에게 넘기겠다고 밝힌 이후 EU 국가들이 “신속하게 협상을 개시하라”고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영국에서도 새 총리 인선 시기가 9월 초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브렉시트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27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EU 지도자들에게 책임 있고 전략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케리 장관은 “침착하지 못하거나 보복적인 전제를 깔고 일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케리 장관은 영국 런던으로 이동해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굳건한 미국과 영국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EU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는 네덜란드 의회 답변에서 “영국이 EU를 빨리 떠나도록 강요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영국에 시간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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