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말뫼의 눈물, 우리 눈물 될수도… 구조조정 국회 도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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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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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국회 개원 연설]경제살리기-규제개혁 협치 호소

여야대표 만난 朴대통령 20대 국회 개원연설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환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 앞줄부터 김 대표,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국민의당),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청와대 제공
여야대표 만난 朴대통령 20대 국회 개원연설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환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 앞줄부터 김 대표,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국민의당),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개원 연설에서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이슈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은 국회의 협조 없이는 자칫 산업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책을 마련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관련 법 개정이 필수적이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법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모두 정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국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2년 문을 닫은 스웨덴 말뫼 시의 조선업체가 현대중공업에 넘긴 대형 크레인 ‘말뫼의 눈물’. 동아일보DB
2002년 문을 닫은 스웨덴 말뫼 시의 조선업체가 현대중공업에 넘긴 대형 크레인 ‘말뫼의 눈물’. 동아일보DB
박 대통령은 한국 경제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부진과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 경제와 수출을 이끌어 온 조선업 해운업 등 주력 산업들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리한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조선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인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골리앗 크레인이라 불리던 핵심 설비를 단돈 1달러에 넘긴 ‘말뫼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선 “시장원리에 따라 기업과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관련 주요 의사결정이 모두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결정됐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책을 놓고선 박 대통령과 야당의 인식차가 다시 한번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고용보험법의 개정을 통한 실업급여의 조속한 확대가 필요하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중장년 근로자의 뿌리산업 파견이 허용돼야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근로자가 재취업할 수 있다”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파견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다며 별도의 실업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위한 국회의 협조도 당부했다. 그간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장관회의 등 각종 대통령 점검회의 때마다 ‘규제 단두대(기요틴)’ ‘혁명’ ‘암 덩어리’ 등 강경한 표현을 쏟아냈지만 규제개혁의 체감도는 높지 않은 실정이다. 박 대통령은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를 선진 경제로 도약시키기 위한 핵심 열쇠는 규제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를 혁파하지 못하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눈물 흘리는 청년의 절규도,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을 덜어 달라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마냥 지켜만 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창조경제와 해외 순방 성과 설명에도 긴 시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구조개혁으로 경제와 사회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이란 방문과 관련해선 “거대 이란 시장을 선점하고, 약 40조 원에 달하는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대해선 “경제·안보뿐 아니라 개발 협력을 통한 신뢰 형성이 장기적인 우호관계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박근혜#구조조정#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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