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찾을 평화공원 관광객 북적… 200m 떨어진 한국인위령비는 한산

서영아 특파원 입력 2016-05-27 03:00수정 2016-07-26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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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통령 첫 방문 앞둔 히로시마 표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고 히로시마(廣島)를 찾는다.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나가사키(長崎) 원폭 투하 이후 미국 대통령으로는 71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 방문’을 하루 앞둔 26일 히로시마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택시기사 다카하시 요코 씨는 “미국 현직 대통령이 오는 의미 있는 날”이라며 “최근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원폭돔, 평화기념자료관, 원폭 사망자 위령비들이 몰려있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은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다양한 인종의 관광객들, 그리고 취재하기 위해 찾은 기자들로 붐볐다. 경호를 준비하는 경찰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오후 3시를 넘자 공원을 찾는 방문객은 부쩍 늘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10여 분간 헌화하고 묵념할 예정인 위령비 주위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잠시 들른다는 평화기념자료관 내부는 전시물까지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관람객이 넘쳐났다. 모두들 관람을 마친 뒤에는 한쪽에 비치된 ‘핵 없는 세계’를 위한 서명운동 테이블에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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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헌화할 위령비에서 200m가량 떨어진 한국인 위령비 앞은 한산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열을 지어 무심하게 위령비 옆을 지나갔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 처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오후 6시 반에 경남 합천에 있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소속 피폭자 9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이곳에 참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후 6시경 이들이 오사카(大阪) 간사이(關西) 공항에 억류돼 있다는 연락이 왔다. 현지 안내를 맡은 강제숙 씨는 “입국 목적 등을 말하라며 붙들어 뒀다”고 전했다. 대표단은 출발 전 히로시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정치활동에 해당돼 문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단은 정치활동 비자가 아니라 관광 비자로 일본에 왔기 때문이다.

대표단은 2시간 넘게 억류된 끝에 오후 6시 20분경 입국이 허가됐지만 이후 경찰이 계속 이들과 동행하고 있다. 쓸쓸하게 서 있는 한국인 위령비는 밤늦도록 예정된 참배객을 맞이하지 못했다.

이곳에 사는 한국인 피폭자 박남주 할머니(84)는 한국원폭피해자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히로시마 원폭체험강연 강사 46명 가운데 강연 요청을 가장 많이 받는 강사다. 오후 1시엔 평화기념자료관에서 수학여행 온 초등학교 6학년 40여 명에게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날부터 원폭이 투하된 날까지 전쟁으로 인해 10대 소녀의 삶이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들려줬다. “‘번쩍’하는 빛 하나로 순식간에 히로시마가 사라졌어. 그 광경은 공포 그 자체였지. 우리 가족은 재일한국인이라 친척도, 달리 갈 곳도 없어서 노숙을 하다시피 했어….”

강연이 끝나자 학생들은 “가슴 아픈 얘기를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오후 5시 전후 히로시마를 찾아 아베 총리와 함께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묵념한 뒤 ‘도의적 책임’을 언급한 짧은 메시지를 발표한다. 피폭자들과의 만남은 성사되더라도 자연스럽게 몇 마디 주고받는 정도가 될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미일 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위령비 앞 행사는 10여 분간 진행된다”고 전했다.

한국 측은 평화기념공원 내에 설치된 한국인원폭피해자 위령비를 찾아줄 것을 막판까지 요청하고 있지만 시간이 빠듯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인 위령비는 오바마 대통령의 헌화 장소에서 걸어서 2분가량 떨어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머무는 시간은 1시간이 채 안 된다.

히로시마=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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