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위스에 숨긴 ‘검은돈’ 묶일 처지 된 김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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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가 18일 자국 내에 있는 북한 정부와 노동당의 모든 자산을 동결했다. 스위스에 있는 북한 은행 지점과 계좌도 폐쇄된다. 고급 시계 등 사치품과 스노모빌 골프용품 등 김정은이 유별나게 좋아하는 스위스제 상품의 대북(對北) 수출도 금지시켰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19일 자국 금융기관에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사실상 전면 중단하도록 했다.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 채택 후 90일 내로 된 이행 보고서 채택 시한(6월 2일)을 앞두고 두 나라가 내놓은 이행조치다.

스위스엔 30억∼50억 달러에 이르는 김정은의 해외 비자금 중 약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가 은닉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북한의 위조지폐를 제작·유통할 우려가 있는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했을 때 마카오 당국이 동결시킨 북한 자금이 약 2500만 달러였다. 그때도 “피가 마른다”며 고통을 호소했던 북이 이번에 스위스 정부가 김정은의 비자금을 찾아내 동결하면 타격이 더 클 것이다. 북이 BDA은행 사태 이후 해외 비자금을 조세 회피처를 포함한 수십 곳으로 분산시키고 외국인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지만 무슨 수를 써도 금융 제재를 완전히 피해 가기는 어렵다.

스위스에서 약 5년간 유학한 김정은이 3억 달러를 들여 마식령 스키장을 지은 것도 스위스의 추억 때문이다. 스위스 정부는 김정은이 굶주리는 주민들을 외면하고 값비싼 와인과 치즈를 수입하는 것을 지적하며 “이번 제재는 더이상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선언했다. 과거 세계 ‘검은돈’의 은닉처였던 스위스도 핵으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김정은 같은 불량 고객은 더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북의 오랜 맹방인 러시아까지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한 것은 북이 고립무원(孤立無援)임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최근 당 대회를 통해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정은의 북을 굴복시키자면 국제사회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
#북한#김정은#스위스 북한 은행#자산 동결#해외 비자금#검은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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