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종인 팽개치는 더민주, ‘수권정당’ 가능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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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당선인·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전인 8월 말∼9월 초 정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뽑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의 ‘6월 조기 전당대회론’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측의 ‘12월까지 현 체제 유지론’의 절충안인 셈이다. 당초 격론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결론은 1시간여 만에 나왔다. 더민주의 대주주인 문 전 대표와 당내 86그룹 등 운동권 세력의 사전 정지 작업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된 듯하다.

말이 좋아 절충안이지 김 대표는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세력에 의해 비토 당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친문계 윤호중 의원이 사무총장을 지낸 경험을 들어 “전대 준비에 3개월은 걸린다”고 말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국민이 진절머리를 내는 계파 갈등을 일단 봉합하면서 문재인 체제의 재건을 위해 시간도 벌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발언이다.

이날 김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하시라도 비대위를 해산하고 떠날 용의가 있다”며 20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 직후 사퇴할 뜻을 밝히고 자리를 떠났다. 한두 달 안에 김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는다면 당의 운동권 체질을 바꾸려 했던 그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로써 더민주당 대주주들이 총선 승리를 위해 한시적으로 김 대표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작년 말 “김종인만 모셔올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던 손혜원 당선자가 어제 “나이가 많은 사람은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고 김 대표를 공격한 것이 주류 세력의 속내를 대변한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으로 흠집이 나기 전까지 이해찬 정청래 등 친노 상징 인물들을 공천에서 배제함으로써 더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김 대표가 연말까지 당권을 붙들고 있을 경우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친문 세력에는 더 중요했을 것이다.

제1당인 더민주당이 벌써부터 차기 당권과 대선을 노린 집안싸움에 골몰하면 민생 챙기기는 뒷전으로 밀려날 게 뻔하다. 2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더민주당 지지율이 27.6%로 전주보다 3.9%포인트 떨어지면서 2주 만에 새누리당(28.4%)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더민주당이 운동권 체질로 돌아가면 국민의 눈은 국민의당이라는 제3 정당으로 쏠릴 것이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김 대표를 토사구팽(兎死狗烹)하는 더민주당이 친문의 힘으로 ‘수권정당’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정당대회#김종인#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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