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밥상에 ‘선거구’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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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두달前 선거구 획정도 못해… 100여곳 쪼개질지 합쳐질지 감감
“우리 동네 누가 나오는지 몰라”, 예비후보 발동동… 최악 선거 우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4·13총선이 역대 ‘최악의 선거’로 기록될 거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당장 1월 1일부터 시작된 선거구 공백 사태로 ‘우리 지역구’도, ‘우리 일꾼’도 없는 희한한 선거가 되고 있다. 5일로 36일째다.

여야는 지역구 253석에 잠정 합의했다. 현재 지역구 가운데 상하한 인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은 66곳에 이른다. 지역구를 쪼개고 합치는 과정에서 100여 곳이 조정될 것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전망하고 있다. 전국 민심이 뒤섞이는 설 연휴는 유권자들이 각 정당과 후보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시기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당장 후보는커녕 ‘우리 지역구’가 어딘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예비후보들도 단단히 뿔났다. 정치 신인들에게 설 연휴는 자신을 알릴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지역구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손발이 묶였다. 선거구 공백 사태로 예비후보들은 2012년 19대 국회 지역구를 기준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예비후보는 등록한 지역구에서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전북 김제시는 현재 완주군과 한 지역구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부안군과 묶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김제-완주의 예비후보는 선거구가 확정되기 전까진 부안에서 자신을 알릴 방법이 없다. 피선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우리 일꾼’을 제대로 살필 기회가 없는 유권자도 손해다. 4·13총선이 제대로 치러지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당과 각 당 일부 예비후보들은 ‘총선 연기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총선#설날#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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