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부총리 첫 작품이 국회심판 해달라는 호소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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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대(對)국민 호소문을 통해 “어떤 개혁도 제때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 달라”고 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을 보면 올해 1월 수출액은 367억 달러(약 44조11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5%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5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정부는 이 같은 위기 국면을 헤쳐 나가기 위해 국회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데 노력하고 입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것은 호소문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일이다. 유가 급락과 공급 과잉, 중국 경기 둔화 등 수출 쇼크의 원인은 이미 드러난 상태인데 “내수와 수출을 살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만간 마련하겠다”는 것도 한가해 보인다. 부총리를 위시한 관계부처 장관들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함으로써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법안 발목잡기’를 하는 바람에 경제가 위기라는 책임회피를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정부가 잘하려고 해도 국회에서 막히고 있다는 ‘기→승→전→총선심판론’의 구성도 대통령의 평소 화법과 쏙 빼닮았다.

‘수출 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수출이 급락했지만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국과의 교역액 감소 폭이 7.4%로 비(非)발효국(15.7%)에 비해 작아 한중 FTA 덕분에 선방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한중 FTA가 만능키는 아니라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이 지난달 자국 업체가 생산하는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주고 LG화학과 삼성SDI가 생산하는 배터리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비관세 장벽을 세운 것은 FTA가 우리 입맛대로 굴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정부가 제 할 일을 다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장 정부는 파견법을 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 대기업 분야에는 용접, 금형 등 뿌리산업과 관련한 파견을 금지하는 내용을 추진 중이다. 개혁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전진과 후진 기어를 동시에 넣는 격이다. 유 부총리 스스로 정치를 걷어내고 경제를 봐야 정부가 할 일이 선명해진다.

내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비절벽을 막기 위해 1분기 재정 투입액을 당초 125조 원보다 더 늘리는 등 ‘미니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경기 급랭을 막겠다는 이유지만 총선을 의식한 돈 풀기 대책으로 비치면 대국민 설득력이 떨어져 역효과를 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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