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리 사죄편지-피해자 방문 없이
언론-우익 왜곡 주장… 진정성 의문

외교부 임성남 1차관, 조태열 2차관은 이날 위안부 피해자 생활시설을 찾아 전날 합의한 내용과 후속 조치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용수 할머니(87)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서울 마포구)를 찾아온 임 차관에게 “왜 우리를 두 번 죽이려고 하느냐”라고 항의했다. 김복동 할머니(89)도 “협상 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정부끼리 뚝딱뚝딱 해 놓고 타결됐다고 하면 되느냐”라며 몰아세웠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가 거론된 것에 대해 김 할머니는 “국민이 모금해 세운 소녀상이다. 한국, 일본 정부가 치워라 마라 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죄 편지나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의 피해자 방문 등 일본의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 언론에선 외교장관 발표에도 없는 ‘한국,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유산 등재 보류 합의’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여론전이 시작됐다. 극우파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 시장은 트위터에 “군(軍)의 관여를 사죄한다면, 세계 각국도 사죄해야 한다”고 물타기를 하고 산케이신문은 “고노 담화가 파탄 나 ‘군의 관여’로 표현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익단체는 총리 관저, 외무성, 언론사 앞에서 “모욕적 합의를 번복하라”는 시위를 시작했고 ‘매국노’ ‘할복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어제(28일) 합의로 끝난 게 아니다. 일본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이행하느냐에 따라 최종적 해결의 판단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추가 행동을 이끌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