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입법 처리 못한채 교체… ‘마무리 투수’가 짐 떠안아

[5개 부처 개각]
청문회 일정상 더 늦추면 장관공백… 朴대통령 21일 오후 전격 발표지시
두차례 개각으로 6명 출마 배려… 장관 원년멤버 윤병세 등 3명 남아

유일호 “어깨 무겁습니다”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 21일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지명된 직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대통령은 오늘도 개각 발표를 원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오후 3시 5개 부처 장관을 바꾸는 개각을 발표한 뒤 이렇게 말했다.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가 우선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총선 공직자 사퇴 시한(2016년 1월 14일)에 쫓겨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개각이 크리스마스 이후로 넘어가면 총선에 출마하는 현 장관들의 사퇴 시한과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초 5개 부처의 ‘무더기 장관 공백’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날 오전까지도 개각 발표는 감지되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이고 교체되는 장관과 발탁되는 장관 모두 개각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개각 결심은 오전에 이뤄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발표 지시는 오후 1시 반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오후 2시 40분 개각 사실을 알리고, 5분 뒤 개각 명단을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했다.

이번 개각은 ‘마지막’과 ‘시작’이 맞물려 있다. 총선에 출마할 장관들을 정리하는 마지막 개각임과 동시에 박 대통령과 임기를 마무리할 장관들을 뽑는 첫 번째 개각이란 의미에서다.

총선 출마자 정리용 개각은 10월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로 모두 7개 부처를 대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부 장관에서 ‘U턴’함에 따라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장관은 모두 6명이다.

반면 새롭게 발탁된 5명의 장관은 박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4대 개혁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수행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른바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유일호 후보자는 풍부한 국정경험과 국회의원으로서 정무적 감각을 갖춰 처음부터 경제부총리 후보로 검토됐다. 이준식 후보자는 합리적인 성품으로 ‘개혁’과 ‘사회 현안 조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인물로 박 대통령이 오래전에 낙점했다고 한다. 홍윤식 주형환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손발을 맞춘 적이 있어 개혁과제를 마무리하는 데 적격이라는 평가다. 다만 홍 후보자에 대한 박 대통령의 최종 낙점은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늦었다고 한다. 막판까지 경합하는 후보가 있었다는 얘기다. 한편 비례대표인 강은희 의원의 여성가족부 장관 발탁으로 정윤숙 한국무역보험공사 상임감사(59)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분간 추가 개각은 없을 것 같다”며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교체로 박근혜 정부 출범 원년 멤버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 3명으로 줄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장관을 할 거란 의미에서 ‘오병세’ ‘오동필’ ‘오성규’란 별명까지 붙었다. 한편 허원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64)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