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촌서 부촌으로 건너가는… 새마을은 개도국 ‘풍요의 다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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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지구촌 새마을지도자대회… 24일부터 나흘간 대구에서 열려

2012년 새마을운동이 전파된 미얀마 탄린 시 타낫핀 마을의 다리 공사가 진행되던 당시 모습(위쪽 사진). 마을과 논을 잇는 
다리가 완공되자 한층 편리해진 것은 물론 인근 농지 가격이 5배 오르는 등 주민 삶이 풍족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행정자치부
 제공
2012년 새마을운동이 전파된 미얀마 탄린 시 타낫핀 마을의 다리 공사가 진행되던 당시 모습(위쪽 사진). 마을과 논을 잇는 다리가 완공되자 한층 편리해진 것은 물론 인근 농지 가격이 5배 오르는 등 주민 삶이 풍족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행정자치부 제공
미얀마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개혁·개방 정책을 펴면서 옛 수도 양곤에 글로벌 기업이 진출하고 대형쇼핑몰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교외로 나서면 한국의 1960, 70년대와 같은 낙후된 환경이 그대로 있다.

양곤 남쪽 외곽 탄린 시에 위치한 타낫핀 마을도 마찬가지. 180가구, 7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의 숙원사업은 깨끗한 식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만큼 열악하다. 하지만 2012년 한국에서 새마을운동 연수를 받고 돌아온 아이 카잉 씨(44)가 활동을 시작한 뒤 변화가 시작됐다.

카잉 씨는 이웃들에게 양계사업을 전파해 농가소득 증대를 이끌었다. 공동 우물도 만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마을과 논 사이 개울을 잇는 다리를 주민이 함께 만든 것이다. 목재 다리지만 3t의 하중을 견딜 정도로 튼튼했다. 소와 농기계의 이동이 자유로워지자 생산성이 높아지고, 다리 일대 농지가격이 5배나 올랐다. 마을 사람들은 이 다리를 ‘풍요의 다리’로 부른다.

○ 새마을운동, 지구촌 빈곤 해결 방법으로 주목

지난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선진국들의 물적 원조가 이어졌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40여 년간 아프리카 대륙에 5700억 달러의 원조가 이뤄졌지만 1인당 소득증가율은 1%에 미치지 않았다. 자립의지가 굳건하지 않는 상태에서 ‘퍼주기식’ 외부 지원은 결국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든 셈이다.

2000년대 들어 개도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한 가지 방법으로 새마을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국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위치로 바뀐 유일한 국가인, 한국의 성공 노하우에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근면 자조 협동’을 기본 정신으로 주민 스스로 발전을 이끄는 ‘의식개혁 운동’이라는 점에서 기존 원조 모델과 차이점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새로운 원조 방식으로 새마을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는 한국이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90여 개국 4000여 명의 정부 관계자와 마을지도자가 한국을 찾아 새마을운동 연수를 받고 돌아갔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총 24개국 120개 마을에서 새마을운동이 펼쳐졌다.

○ 새마을금고 모델 진출, 자립 토대 확산

새마을금고의 해외 진출도 새롭게 추진 중이다. 주민들에게 규칙적인 저축을 권장하고, 이것으로 마련한 자금을 낮은 이자로 빌려줘 지역 경제를 튼튼하게 했던 새마을금고의 성공모델이 개도국에도 전파되는 것이다. 올해 새마을금고중앙회에 국제협력팀이 신설돼 내년부터 아시아 1개국, 아프리카 1개국에서 각각 시범사업을 벌인다. 행정자치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현지 공무원, 마을 지도자들과 협의해 맞춤형 새마을금고 운영계획을 마련해 제공할 계획이다.

행자부와 외교통상부,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국제협력단(KOICA), 농촌진흥청, 대구시, 경상북도 등 새마을운동 관계기관들은 24∼27일 대구에서 ‘2015년 지구촌 새마을지도자대회’를 연다. 새마을운동이 전파된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의 새마을 지도자들이 참석해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이를 공유하는 워크숍과 전문가 세션 등이 열린다. 24일 오전 9시 대구 인터불고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는 지난해보다 20여 개가 늘어난 50여 개 나라에서 총 550여 명이 참석한다. 26일 오전 10시 대구 육상진흥센터에서는 국내외 6000여 명의 새마을 지도자가 총집결하는 지도자대회가 열린다. 이번 대회 말미에는 ‘2015년 대구 선언’을 발표해 지구촌으로 뻗어나가는 새마을운동의 새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새마을운동#미얀마#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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