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단 70주년 저물기 전 남북대화 낭보를 기대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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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당국 간 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을 26일 판문점에서 갖자고 어제 제의해 온 것을 우리 정부가 수용했다. 남북이 8·25 합의 때 ‘평양 또는 서울에서 빠른 시일 안에 개최’키로 했던 당국 간 회담을 북이 3개월 만에 이행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비공개로 북에 예비 접촉을 제안했으나 북은 외면했다. 우리 정부가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호응을 촉구하자 “대화가 열리지 못하는 책임을 전가시켜 보려는 불순한 기도”라고 며칠 전까지 비난하던 북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가 궁금하다.

북의 지뢰도발에 남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하자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황급히 대화에 나왔다. 과거의 예로 볼 때 이번에도 북이 뭔가 아쉬운 점이 있었을 법하다.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와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을 앞두고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거나 중국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부득이 남북대화에도 성의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이 과거의 퍼주기 지원을 염두에 두고 단물을 빼먹을 이슈만 논의하자고 한다면 남북관계는 결코 진전을 이루기 힘들다. 이런 북을 설득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정부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북이 최근 시장화와 개방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 관측도 있는 만큼 이를 촉진하는 전략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면 현 단계에서 가능한 것부터 논의하는 것이 순리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대만의 마잉주 총통이 최근 66년 만에 첫 양국 정상회담을 했다. 남북도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한 바 있지만 중국-대만 관계는 남북관계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교류 협력이 활성화돼 있다. 차제에 남북 간에 가급적 고위급에서 당국 간 회담을 정례화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채널이 마련된다면 불필요한 충돌을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한 만큼 당국 간 회담이 진척되면 양측 정상이 직접 얼굴을 맞댈 수도 있을 것이다. 분단 70주년이 저물어가는 때에 남북관계에 낭보가 들리기를 기대한다.
#남북회담#지뢰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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